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권력을 위한 검찰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나야 한다”고 각별히 강조하고, 검찰 개혁을 공약집의 독립된 분야로까지 내세웠다. 그런데 최근 이뤄진 청와대와 검찰의 ‘검사의 청와대 파견 및 검찰 복귀 인사’는 이를 정면으로 뒤집고 있다. 1997년 1월 검사의 청와대 파견 금지를 법제화한 이후, 역대 정권이 이를 편법으로 어겨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만큼 노골적으로 역행하며 법치 왜곡을 한 경우는 없었다.

지난 17일 단행된 검찰 인사에서 의원면직 절차를 밟은 권정훈 부산지검 형사1부장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비서관으로 내정됐다. 또한 김형욱 서울남부지검 검사와 유태석 서울서부지검 검사도 사표를 내고 청와대 행정관으로 직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한편, 2013년 4월 사표를 제출하는 형식으로 서울남부지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로 건너갔던 이창수 특별감찰반장은 재임용돼 검찰의 인사·조직·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과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이 버젓이 실행되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시늉조차도 않겠다는 후안무치와 다름없다. 청와대의 법치 불감증도, 검찰의 ‘향박(向朴)’도 더 지켜보기 민망하다. ‘정치 검사’를 근절하긴커녕 피차 조장하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을 통해 “검찰이 어떤 이유로도 정치권에 기대기나 눈치보기를 한다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 제한’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취임하자마자 이중희 인천지검 부장검사를 파견받더니 이젠 ‘청와대 검사’가 10명 선에 이른다. 이번엔 검사 3명을 한꺼번에 불러들였다. 이와 별개로 ‘청와대 검찰’에 대구·경북 출신이 과도한 것도 문제다.

국정 운영을 위해 현직 검사가 꼭 필요하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직자 취업제한 취지를 빌려 검사 사직 후 일정 기간 청와대 근무를 불허하든지, 굳이 청와대에 근무한다면 최소한 당해 정권의 임기 중엔 환향(還鄕)을 막아야 한다. 그마저 여의치 않다면 검찰청법 금지조항을 없애는 게 그나마 덜 위선적이다. 청와대와 검찰이 대놓고 입법 취지를 조롱하면서 어떻게 국민에게 법을 지키라고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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