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채드윅국제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유아반 어린이들이 교사의 지도 아래 체조 시간에 큰 공을 운반하는 게임을 하고 있다.
지난 16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 채드윅국제학교 실내체육관에서 유아반 어린이들이 교사의 지도 아래 체조 시간에 큰 공을 운반하는 게임을 하고 있다.
① ‘교육특구’로 뜨는 인천 송도폭풍 만들기 실험·英詩 토론
교육환경 웬만한 대학 능가

초등 등록금 年 3000여만원
해외보다는 저렴… 적응 쉬워


해외 대신 지방으로 유학 가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입시명문으로 유명세를 얻은 지방 신흥고에 이어, 국제학교·영재학교·과학기술대 등 세계 정상급 교육기관들이 인천과 제주를 비롯한 지방에 속속 들어서면서 우수한 교육환경을 찾아 하향(下鄕)하는 서울 강남 등 수도권 유학생이 급증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사실상 ‘국제교육 특구’로 발돋움하면서 중국 등 해외에서 외국 유학생까지 쇄도하고 있다. 문화일보는 총 5회에 걸쳐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란 옛 속담을 무색하게 하는 지방발 교육혁신의 현장을 돌아보고, 그 이면에 숨은 교육 양극화의 어두운 측면까지 조명해 본다.

“초등학교 때 해외로 유학 갔을 때는 적응하는 데 무척 힘들었지만 지금은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어 좋아요.” “국내에서 국제적인 인물로 성장할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 학교에 입학시켜 달라고 부모님께 졸랐습니다.”

지난 16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동 아트센터대로에 자리 잡은 채드윅국제학교에서 만난 ‘서울 유학생’들의 말이다. 채드윅은 대지 7만1405㎡의 5층 건물 안에 3.5m 수심의 잠수풀을 갖춘 수영장, 농구코트 9개가 들어갈 정도로 큰 실내체육관(1500명 수용), 700명 규모의 공연장, 8개 채널을 갖춘 TV스튜디오, 화상커뮤니케이션 시스템 2개를 갖춘 텔레프레즌스룸 등을 자랑하는 80년 전통의 미국 사립학교로 웬만한 대학을 능가하는 교육환경을 구비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일대가 수도권 서부를 대표하는 ‘교육특구’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이후 송도에 자리 잡은 채드윅국제학교, 한국뉴욕주립대 등 해외 명문학교들이 수준 높은 교육과 창의적이고도 자유분방한 학습 분위기 등으로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학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명문 중 가장 먼저 송도에 둥지를 튼 채드윅국제학교에서 시설보다 더 눈길은 끈 것은 국내 학교와는 판이한 수업 방식. 오후 1시 ‘폭풍 만들기’ 수업을 진행 중인 1층 초등 2학년 교실에서는 18명의 학생이 2명의 교사와 함께 투명한 유리 상자 안에 모래와 물감을 넣고 실제로 바다 밑에서 해일이 일어나는 과정을 재현하고 있었다. 서로 질문하고 답하는 가운데 누가 교사고 누가 학생인지 구분하기도 어려웠다.

오후 2시 인근 초등 5학년 교실에서는 ‘한국의 변화 측정하기’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10여 명의 학생이 4명의 외국인 교사의 도움 아래 각자 자동센서를 이용한 측정기를 직접 만든 뒤 한국의 사회, 자연 변화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연결해 보여주는 수업을 하고 있었다. 한 학생은 닭이 알을 낳을 때마다 자동으로 개수를 측정할 수 있는 계측기를 레고와 센서로 만들어 컴퓨터에 연결, 시연했다. 이 반에서 만난 이모(10) 군은 “수업이 딱딱하지 않고 놀이처럼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고 말했다.

오후 3시 2층 10학년(고1 과정) 교실에서는 학생 15명가량이 외국인 교사 2명과 둘러앉아 각자 준비해온 빅토리아 시대의 영시 자료를 영어로 발표하고 다른 학생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이 학교의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해외로 유학 가는 대신 채드윅을 택했다.

TV스튜디오에서 만난 임모(17) 군은 “자발적으로 숙제를 하고 남들 앞에 나가 발표해야 하는 등 적응이 어렵긴 했지만 인격적으로 대우해 준다”며 “내성적인 성격이 입학한 후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채드윅 학생들은 졸업 후 해외유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다수를 차지했지만, 국내 대학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도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모(17) 군은 “국내에서 국제적인 인물로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이 학교에 지원하게 됐다”며 장차 국내 대학을 졸업한 후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학교 측에 따르면 현재 재학생은 870명으로, 치열한 입학 경쟁 때문에 1, 5학년의 경우 경쟁률이 보통 2∼3대 1이지만 최고 7대 1까지 올라간 적도 있다. 또 전체 학생 중 50%는 서울 등 수도권 통학생이며, 나머지는 송도 일대에서 거주하고 있으나 사실상 상당수가 서울·부산·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전학 온 학생이라는 것이다.

학교 관계자는 “등록금이 초등학교 과정 연 3000여 만 원, 중·고등학교 과정 연 4000여 만 원 선으로 좀 비싸기는 하지만 해외유학을 갈 경우 부모가 따라가서 같이 생활하는 비용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고 말했다.

인천 = 이상원 기자 ysw@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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