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막차’ 김광호 기관사“명절 때 부모님 차례상 한 번 제대로 못 챙긴 못난 아들이지만, 고향 집에서 가져온 선물 보따리를 양손에 들고 열차에 오르는 귀경객들을 볼 때면 그저 행복합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2일 밤 11시 22분 구파발행 막차가 서울 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으로 천천히 들어섰다. 승강장에는 뒤늦게 서울행 고속버스에 오른 귀경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막차가 오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열차가 멈추자 짐꾸러미를 챙겨 서둘러 열차에 올랐다. 막차 안 사람들은 아직 명절의 여흥이 가시지 않았는지 고향에서 보낸 시간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웃음꽃을 피웠다.

설 연휴 마지막 날 시민들의 귀갓길을 책임진 서울메트로 김광호(48·사진) 기관사는 귀경길 버스의 종착지인 서울 남부터미널역과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평소보다 조금 더 머물며 승객들을 기다렸다. 덕분에 열차를 놓칠까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허겁지겁 뛰어온 귀경객들은 무사히 막차에 탈 수 있었다.

하루를 시작하는 ‘첫차’를 운행할 때나 설날처럼 ‘특별한 날’ 시민들의 귀가를 도울 때면 특히 보람을 느낀다는 김 기관사지만, 그는 이번 설 명절에도 고향에 가지 못했다. 강원 홍천군이 고향인 그는 기관사로 살아온 지난 25년 동안 명절 때 고향에 가본 기억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번 설 명절 역시 21일 하루를 빼곤 운전대를 잡았다.

김 기관사는 “막둥이긴 하지만 하나뿐인 아들인데 명절 때마다 아들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아 죄송스러울 따름이다”며 “생각해보니 명절 때 부모님 차례상 한 번 제대로 차려드리지 못한 것 같다”며 잠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설날이지만 밥 한 끼 같이 못 먹은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며 “가끔 투덜대긴 해도 아빠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주는 딸들에게 고맙다”고 덧붙였다.

김 기관사는 “열차에 타는 수백 명의 승객이 고향에서 가져온 선물 꾸러미와 세뱃돈을 보며 좋아할 때는 마치 내가 고향에 다녀온 듯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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