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중복 막을 美 NSF식 국가기관 필요”“민간 연구·개발(R&D)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운영시스템, 의식구조 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정부 R&D는 과거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박영아(사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원장은 2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정부는 민간 자율적 투자 환경 기반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그는 “정부 R&D의 경우 민간에서 할 수 없는 분야로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KISTEP는 국가 R&D의 방향을 설정하고 평가하는 기관으로 최근 국가 차원의 R&D 혁신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주목받고 있다. KISTEP는 지난해 하반기에 접수된 각 부처의 6개 R&D 사업과 올해 상반기 8개 사업에 대해서도 적정성을 재검토하고 있다.

해당 사업들은 앞으로 6개월간 성과 검증, 적정 사업규모 등 면밀한 분석을 거친 뒤 검토 결과가 내년도 예산에 반영될 예정이다. 타당성이 부족하거나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해당 사업은 지원 규모가 축소되거나 일몰된다.

특히 박 원장은 정부 R&D의 포트폴리오 재조정과 함께 과학기술 예산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부처 칸막이에 막혀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국가과학재단(NSF)과 같은 기관이 국내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전체적으로 투자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부처마다 기준과 양식이 다르다 보니 중복되는 경향이 나타난다”면서 “미국 NSF와 같은 전문성 있는 컨트롤 타워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NSF는 원천·기초·응용 등 모든 분야의 과학기술예산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박 원장은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 위주의 평가가 국가 R&D의 질적 향상을 가져오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 2012년 기준 국내 SCI 논문 1편당 평균 피인용 횟수는 4.23회로 세계 평균 5.16회와 비교하면 미흡한 수준이며 국가 순위는 31위에 불과하다. 그는 “연구 시에 질적 우수성을 점검할 수 있는 평가지표를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다만 정성평가의 경우 평가자 주관에 따라 편차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객관성 담보를 위한 적절한 기준 제시나 책임성을 강조하는 제도적 장치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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