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하기 위해 서울 정동의 국토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에 마련한 임시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원 모자란‘대한민국號’ 2등 국가로 추락할 위기
공무원은 보신주의 탈피 ‘나라 위한 봉사’자세로
퇴직한 인재 ‘풀’ 만들고 승진 기피 요소 개선해야
능력 있는 인사가 공직 진출을 꺼리고, 공무원들은 고위급 승진을 기피하는 기현상은 국가 경쟁력 저하와 직결된다. 전 세계 각국이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내몰린 상황에서 대한민국호(號)에 대통령이라는 선장만 있고 정작 항해를 도와야 하는 선원은 모자란 격이다. 구인난이 계속되면 직접적인 국익 저해로 이어지고, 국가 대계와 같은 중·장기적 사고가 불가능해지면서 자칫 2등 국가로 추락할 수 있다. 민간인의 고위 공직 진출을 용이하게 하는 방식으로 외부 수혈을 늘리는 것도 공직 사회의 보신주의를 깨는 비법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민간과 공직 사회가 각자 분야에서 20~30년간 쌓은 ‘노하우’를 상대 분야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게 핵심이다.
◇공무원 보신주의 타파가 1차 급선무=먼저 공직 사회가 국익을 위해 봉사한다는 기본 개념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공무원이 사고만 안 치면 정년이 보장되는 ‘철밥통’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국익 증진을 위해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돈만을 좇거나, 퇴직 이후 유관 기관과 단체에서 자리를 유지하겠다는 사심을 버려야 한다는 얘기다. 퇴직 뒤 공공기관 3년, 유관 조합·협회 3년, 사기업 3년 등 최장 9년까지 보장되던 시대는 지났다. 공직 사회에 여전히 희미하게 남아 있는 전관예우 관행도 민간에서는 사라진 지 오래라는 점을 공무원들이 자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24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고위 공직자들이 공직자가 된 것도 국가의 덕이며, 나라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면서 “청문회에서도 솔직히 밝히고 잘못이 있으면 사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 인사가 인사청문회라는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준비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한국정치학회장 출신의 이정희(정치학) 한국외대 교수는 “청문회에 떳떳이 나갈 사람이 부족한 데다, 공직을 봉사로 생각해야 하는데 위에서는 입맛에 맞는 사람만 보려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관피아’ 논란이 거세지고,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3월 말 강화되는 공직자윤리법(일명 관피아 방지법)이 공직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창원(행정학) 한성대 교수는 “관피아 논란이 커지면서 부처 실장급 자리에 오르면 밑에서는 빨리 나가라는 압박이 커지고, 나갈 자리는 없게 되면서 공직 사회 전반에 승진 기피 현상이 생겨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재 활용 가능한 시스템 개선 필요=무엇보다도 공직사회 자정 차원에서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엄중한 처벌 원칙이 확립돼야 한다. 강화되는 공직자윤리법이 공무원의 취업제한 규정 위반 시 처벌 규정을 현행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상향했지만, 미국의 ‘연방공무원 로비법’보다는 여전히 처벌 수준이 낮다. 미국의 처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최대 5만 달러(약 5540만 원)’이며, 업무 관련성에 따라 1~10년간 관련 로비활동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제적 국익과 직결되는 무역대표부 대표와 부대표는 평생 관련 로비회사에 몸담을 수 없다.
동시에 정부 부처의 핵심 인재 유출을 막는다는 차원에서 공직자윤리법 적용에 유연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고위 공직자의 오랜 국정경험과 노하우를 국가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퇴직한 고위 공직자 인재 풀(그룹)을 만들어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대표적이다. 또 공무원들이 승진 기피를 선호하게 만드는 구조적 원인을 살핀 뒤 일부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대통령 5년 단임제가 공무원들이 가능한 한 안전한 선택만 하게 하는 근본 구조”라면서 “고위공무원 나급(옛 2~3급) 이하에 대한 인사는 부처의 고유 권한으로 남겨둬야 공무원들이 움직이고, 정권도 제대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청문회 제도가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서 장기적으로는 공직 후보생들의 자기 관리 역량도 높아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청문회의 처음 취지가 공직 맡을 사람을 잘 뽑자는 것인데, 지금 공직에 오고 싶어 하던 분들이 사전 준비가 안 된 부분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이제부터는 공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병역과 재산 문제 등을 미리미리 준비하면서 2020년쯤에는 이런 문제들도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