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벌레 기어가는 느낌‘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장기요양 신청을 하려면, 반드시 의사 또는 한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다. 그래서 이 의사소견서를 발급받으려고 한의원에 찾아오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이때 한의사는 소견서 발급을 위해 여러 가지 항목을 진단하게 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환각’의 유무를 판단하는 부분이 있는데, 가끔씩 특이하게 “온몸에 벌레가 스멀스멀 기어 다녀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 이 경우에는 이러한 느낌이 실제 나타나는 증상인지, 아니면 환각을 느끼는 것인지를 잘 감별할 필요가 있다.

선조 30년 4월 14일의 ‘왕조실록’ 기록을 보면, 선조도 이러한 증상을 호소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 “(전략) 이따금 벌레가 기어가는 것 같은 증상이 있고 온몸에 땀이 나지 않아도 이쪽은 땀이 나는데 또 추위를 견디지 못할 적도 있다.”

다시 말해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이 나는 부위에 비정상적인 땀이 나면서 오한(惡寒)을 느낀다는 말인데, 땀이나 기타 동반 증상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이 당시 선조의 벌레 느낌이 환각 증상은 아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사실 선조는 이때 편허증(偏虛症) 때문에 팔과 다리에 침을 맞았었고, 겨드랑이 밑에 기류주증(氣流注症)이 있어서 족부에 침을 맞고 있는 상태였다. 특히 오른쪽 관절 부위에 어떤 기운이 이따금 내려 잠깐 사이에도 있다 없다 하고 또 당길 적도 있으며, 또한 오른편 겨드랑이 밑에 기가 도는 듯하고 오른편 무릎이 늘 시리고 아픈 것을 호소하였는데, 이 모든 증상이 대체로 오른편이 더욱 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즉 구체적으로 오른쪽 팔다리에 벌레가 기어다는 듯한 증상을 느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벌레가 기어 다니는 듯한 느낌이 난다’는 표현은 단순하게 가려운 증상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느낌이 추가로 함께 나타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해부학적으로는 신경이 건드려질 때 이러한 느낌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어느 특정 부위만 그 증상이 나타나면, 그 부위와 관련된 신경분포와 척추의 변형 여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이러한 증상이 잠잘 때 심하게 나타나면서 무릎과 다리 쪽으로만 나타난다면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질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하지불안증후군은 불면증의 원인으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보통 “자려고 누웠는데 다리에 벌레가 기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거나 “찌릿찌릿 전류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나 옥죄거나 잡아당기는 느낌이 있어 안절부절못하고 잠을 못 잔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선조의 경우에는 팔다리에 모두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 증상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명증이나 겨드랑이의 증상까지 동반되어 나타나기 때문에, 이 당시 어의들은 선조의 병증을 ‘풍기(風氣)나 습담(濕痰)이 팔다리의 소양경(少陽經)에 잠복해 있어서 나타나는 것’으로 보았다. 왜냐하면 모두 소양경락이 지나가는 부위에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늘땅한의원장 www.okskylan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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