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드맨’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입니다. 23일(현지시간) 열린 제87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해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등 4관왕에 올랐기 때문이죠.
‘버드맨’이 한국에서는 또 다른 이유로 화제입니다. 4관왕을 차지한 것도 눈길을 끌었지만 극 중 여주인공 역을 맡은 할리우드 배우 에마 스톤이 “꽃에서 전부 X 같은 김치 냄새가 난다(It’s all smells like fucking Kimchi)”고 말하는 대목이 도마에 올랐는데요. ‘버드맨’의 홍보사는 “에마 스톤이 들른 꽃집이 동양인이 운영하는 가게로 설정된 데다 그의 신경질적인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등장한 대사일 뿐 특정 나라나 문화를 비하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버드맨’을 바라보는 일부 네티즌의 시선은 뾰족하기만 합니다.
잠시 국내로 시선을 돌려보죠. KBS 2TV 개그프로그램 ‘개그콘서트’에는 ‘명인본색’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배경은 일식집이지만 여기서 일하는 일식 주방장은 명인과는 거리가 멀죠. 제대로 만드는 요리가 하나도 없고 “스마미셍”과 “아가리또 고자이마스” 같은 정체불명의 일본어를 남발합니다. 일본 비하라며 이를 지적하는 몇몇 기사에는 이런 댓글이 달리고, 추천도 받습니다. “우리가 왜 일본에 예의를 갖춰야 하는데?”
물론 제작진은 “일본 비하 의도는 없었다”고 수차례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반응은 ‘명인본색’을 보는 적잖은 시청자들이 이 코너가 다분히 일본을 비하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는 방증이죠.
또 다른 예를 들어보죠. 6번째 시즌이 시작된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의 코너 ‘글로벌 위켄드 와이’에는 중국 특파원이 등장합니다. 그의 이름은 ‘양꼬치엔 칭따오’죠 . 당연히 그가 내뱉는 중국어는 실제와는 거리가 먼 정체불명의 외계어인데요. 라이브로 진행되는 ‘SNL 코리아’의 방청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이 모습을 보며 끊임없이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누가 봐도 패러디고, 개그기 때문에 가볍게 웃어넘기는 거죠. 여기서 중국 비하를 운운한다면 그야말로 ‘웃자고 한 말에 죽자고 덤비는’ 모양새가 될 겁니다. 하지만 미국 NBC ‘SNL’에 한국 특파원 ‘김치엔 막걸리’가 나와 희화된 한국어로 떠든다면 우리의 반응은 어떨까요?
‘버드맨’을 옹호해줄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개그콘서트’와 ‘SNL 코리아’를 보며 ‘개그는 개그로만 받아들이자’고 다독일 생각도 없습니다. 태고 이래 풀리지 않는 숙제가 민족 간, 인종 간 반목임을 감안하면 타 문화권을 다룰 때는 더 신중하고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죠. ‘나는 되고 너는 안 돼’는 참 위험한 발상임을 깨달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