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뇌병변장애 1급인 우한민 군이 경기 광주시 초월읍 한사랑학교 복도에서 교사의 도움을 받아 보행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 뇌병변장애 1급인 우한민 군이 경기 광주시 초월읍 한사랑학교 복도에서 교사의 도움을 받아 보행연습을 하고 있다.
뇌병변장애 2급인 권하늘 군이 산책하러 나가기 위해 휠체어에 앉아 있다.
뇌병변장애 2급인 권하늘 군이 산책하러 나가기 위해 휠체어에 앉아 있다.
② 뇌병변장애 우한민·권하늘군걷지도 말하지도 못했지만
하루 1시간씩 재활치료 뒤
이젠 러닝머신서 20분 걸어

오른쪽 다리가 짧은 하늘이
보조기구 구입비 마련 못해
신체변형에 넘어지기 일쑤

“몸 못가누고 의사소통 못해도
교육 받으면 새 삶 살 수 있어
중증장애兒 지원 확대 됐으면”


중증장애아동이 모여 사는 경기 광주시 초월읍 ‘한사랑마을’에서 최근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1년 전만 해도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하던 뇌병변장애아 권하늘(7) 군과 우한민(12) 군이 혼자 걷고 뛰어놀고 있기 때문이다. 한민이의 담임교사 이진숙(여·47) 씨는 “사실 중증장애아동 10명 중 8명은 상태가 나아지는 것을 바라기보다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과 재활을 진행한다”면서 “반면에 하늘이와 한민이는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교육과 재활을 받아서인지 큰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사랑마을의 교사들은 이를 특수교육의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이런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학대 아픔 이겨낸 한민이의 기적 = 뇌병변장애 1급인 한민이는 과거 부모에게 아동학대를 당한 아픔이 있다. 엄마가 구속되고 아빠는 불구속 수사를 받게 됐지만 양육거부 의사를 표시하면서 한민이는 홀로 남겨지게 됐다. 한민이는 이후 2010년 9월 한사랑마을에 입소하게 됐다. 이 씨는 “입소 당시에는 의사소통은 물론 다리 근력이 부족해 홀로 서 있는 것조차 어려웠다”며 “8세가 돼 한사랑학교에서 교육받기 시작했지만, 척추측만증으로 인해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씨는 한민이가 스스로 걸을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고, 하루에 1시간 이상씩 한민이에게 보조기구를 잡고 일어나는 연습을 시켰다. 한민이의 다리에 근력이 어느 정도 생길 때쯤에는 뒤에서 골반을 잡아주면서 보행하는 연습을 시키면서 자세와 발 모양을 교정해줬다. 한민이는 결국 러닝머신 훈련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개선됐고, 현재는 러닝머신에서 다소 느린 속도로 20분 동안 걸을 수 있을 정도까지 됐다.

또 하나의 기적은 식사와 배변 등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던 한민이가 자신만의 의사소통 방법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교사 이 씨는 말을 하지 못하는 한민이에게 질문을 한 뒤 그림카드를 보여줬고, 답하고 싶은 내용의 그림카드를 손으로 고르는 연습을 시켰다. 1년 만에 한민이는 그림카드를 통해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됐다. 이 씨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중증장애아동이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익혀야 하는 것”이라며 “상처 많은 한민이가 교육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모습을 보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신체 변형 이겨내고 걸음마 뗀 하늘이 = 뇌병변장애 2급인 하늘이는 태어날 당시 뇌출혈로 인해 세 번에 걸친 뇌수술을 받은 뒤 장애를 진단받았다. 이후 친모는 연락이 끊겼고, 친부는 범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용되면서 지난 2013년 2월 한사랑마을에 입소하게 됐다. 입소 당시 신체 변형으로 인해 왼쪽 다리가 오른쪽보다 3∼4㎝나 길어 스스로 서거나 걷지를 못했다. 김용환(40) 한사랑마을 재활사업부 생활재활팀장은 “하늘이는 다른 아동에 비해 다리 근력이 강해 걸을 가능성이 높았지만, 신체 변형 등으로 인해 설 수 없었다”며 “재활치료를 통해 자세를 교정하고 보조기구를 이용해 보행훈련을 하면서 6개월 만에 다섯 발짝까지 걸음마를 하는 데 성공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2년이 지난 현재 하늘이는 한사랑마을의 생활관 곳곳을 누비고 있다. 김 팀장은 “어디선가 쿵쿵 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그건 하늘이가 뛰어다니는 소리”라며 웃었다. 그는 이어 “그렇지만 안타까운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늘이의 신체 변형이 심해지면서 다리 길이의 차가 커져 넘어지는 경우가 잦다”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보조기구가 있지만 맞춰줄 형편이 되지 않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아쉬워했다.

하늘이는 특수교육을 받으며 폭력적 성향이 개선되기도 했다. 김 팀장은 “하늘이의 경우 1대1로 사랑을 받길 원하는 욕구가 커서, 그렇지 못할 경우 주변 친구들이나 선생님을 때리는 등 공격적인 행동을 자주 했었다”며 “그러나 생활관과 영아원에서 꾸준히 자신의 욕구를 표현하는 올바른 방법을 배우면서 현재는 돌발행동을 하는 경우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김은영(여·41) 한사랑학교 교무주임은 “일부 사람들은 말하지도 못하고 몸도 가누지 못하는 중증장애아동들이 무슨 교육을 받을 수 있느냐고 생각하지만, 이 아동들에게도 비장애인과 같이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며 “중증장애아동이야말로 교육과 훈련을 통해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만큼, 중증장애아동 교육 지원이 확대될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광주=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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