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과정의 불충분한 정보와 불건전한 상행위로 소비자 피해 불만이 갈수록 늘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자상거래 과정의 불충분한 정보와 불건전한 상행위로 소비자 피해 불만이 갈수록 늘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색 바랜 냉장고 배달 … 매장선 “환불 불가”“AS기한 지났다”며 파손된 가방 수리 거부

#1 = A 씨는 지난해 1월 초 B사이트에서 11만8000원을 주고 가방 2개를 구입했다. 그는 구입하기 전에 정품 여부를 문의했다.

그러나 제품을 받아 쓴 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가방 아래 받침용 장식이 떨어져 나가고 손잡이 연결 부분이 파손되는가 하면 재봉선이 뜯어졌다. 어렵게 판매자와 연락이 닿아 사후수리(AS)를 요구했지만 6개월이 넘은 제품에 대해서는 AS를 해주지 않는다는 통보를 받았다.

A 씨는 “애초부터 정품이 아니었던 것 같다. 품질이 불량한 가방을 팔고는 환급해 주지 않는다니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2 = 지난 2013년 11월 초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모 가전사의 냉장고를 195만4260원에 신용카드를 이용해 10개월 할부로 구입한 C 씨.

물류센터에서 직접 배송된다는 설명과 달리 시내의 한 전자상품 전문매장을 통해 제품이 왔을 때부터 느낌이 이상했다. 비닐로만 포장된 제품을 뜯어 보니 이물질이 나오고 색까지 바래 있었다. 배송기사에게 이의를 제기하자 걸레로 닦은 후 살충제를 뿌렸다. 손상이 우려돼 환급을 요청해 제품은 반환했지만 환급이 어렵다는 말이 돌아왔다. 그는 빠른 환급을 요구하며 한국소비자원에 피해 구제를 요청했다.



인터넷쇼핑, 카탈로그쇼핑, 홈쇼핑, 소셜커머스, 인터넷카페 등 전자상거래 시장이 1200조 원을 넘을 정도로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계약 취소나 반품이 되지 않거나 운영중단이나 폐쇄로 인해 사업자와 연락이 끊기는 사기행위, 품질이나 AS 문제, 부당행위·약관 불이행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만 소비자 민원상담 및 피해구제기관에 접수된 피해 구제 건수가 사상 최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한국소비자원,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원에 들어온 전자상거래 피해 구제 건은 5388건으로, 전년(4645건) 대비 16%가량 늘어났다. 2011년에 5150건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가 2년 연속 4000여 건대로 떨어졌던 피해 구제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여기에는 해외직접구매(해외직구) 열풍 등에 따른 국제전자상거래 피해도 193건 포함됐다.

피해 품목으로는 의류, 간편복, 양복, 가방 등 패션용품과 정보통신서비스, 정보통신기기, 문화·오락서비스, 운수·보관·관리서비스, 문화용품 등이 주류를 이뤘다.

피해 유형별로는 계약해지나 계약불이행에 따른 피해와 품질 및 AS, 부당행위 및 약관 피해, 가격·요금 분쟁이 수위를 다퉜다. 피해 가운데는 소비자의 청약 철회 요구를 받고 처리를 지연하거나, 청약 철회 요구를 아예 거부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교환이나 환불이 어렵다는 점을 사전에 고지했다’, ‘주문제작상품이다’, ‘착용한 흔적이 있다’, ‘해외 배송상품이다’ 등의 이유로 청약 철회를 거부하기도 했다.

온라인 해외구매의 경우도 소비자 피해가 크게 늘기는 마찬가지.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에 지난해 1∼7월에 접수된 해외구매 관련 소비자 불만건수는 663건에 달했다.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것이다.

전자상거래센터 측은 “해외직구가 새로운 소비패턴으로 자리 잡으면서 이용이 크게 늘고 있지만 다른 상품으로 반품을 요구하면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거나 계약해지가 안되는 문제, 배송지연 등의 소비자 피해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D 씨의 경우 해외 구매 대행사이트를 통해 재킷을 구입했으나 배송제품이 정품과 색상이 다르고 상표도 없는데다 털빠짐이 심해 해당 매장에 문의한 결과, 모조품이란 통보를 받았다. 공급자와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였다. E 씨도 해외구매 대행사이트에서 나이키 운동화를 산 후 모조품이 배송돼 환불을 요청했으나 이 역시 연락이 끊겼다.

교환, 환불을 둘러싼 눈에 보이는 분쟁 외에도 업체들은 더욱 교묘하고 음성적인 수법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가입자 동의도 받지 않고 과거 결제금액보다 인상된 금액으로 음원사이트 자동결제 금액을 멋대로 올린 4개 음원사이트 운영사업자를 적발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또 다른 4개의 유아용품 인터넷 판매업체는 다른 인터넷 판매업체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는데도, 자신들의 업체에서만 최저가로 판매하는 상품이라며 거짓 유인행위를 통해 소비자를 속였다. 전자상거래법에는 ‘거짓 또는 과장된 사실을 알리거나 기만적 방법을 사용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피해 구매가 편리하고, 기존 가격보다 저렴한 장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피해가 끊이지 않는 것은 무엇보다 정보 탐색에 한계가 따르고 충동구매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이용 및 결제 때 개인정보 누출 우려와 비대면의 특성상 사기행위로 이어질 개연성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행위가 반복되면 전자상거래 시장에 대한 신뢰 훼손으로 이어질 것은 불문가지인 셈이다.

공정위가 이달 말까지 행정예고를 거쳐 해외구매나 소셜커머스를 이용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의 ‘전자상거래 소비자 보호 지침’을 개정키로 한 것도 피해가 빈발한 데 따른 대책 중의 하나다.

소비자원 측은 “전자상거래를 할 때는 통신판매업 신고 쇼핑몰인지 확인하고 청약철회는 배송일로부터 7일 이내에 요구하는 한편, 고가의 제품은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현금 결제는 ‘에스크로(결제 대금 예치)’에 가입한 쇼핑몰을 이용하고 지나치게 싼 제품이나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구매 대행사이트 등은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민종 기자 horizon@munhwa.com
이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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