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26일 노사 합의로 올해 임금 동결(凍結)을 결정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앞서 삼성그룹의 2000여 임원도 임금을 현 수준에서 묶었다. 국내 기업 중 최고 매출과 이익을 내는 삼성전자마저 내핍경영에 나설 만큼 안팎 여건이 심상찮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사장단이 이날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매출과 이익에서 첫 역성장을 기록했다”며 위기감을 토로한 대로다. 스마트폰 판매 호조 속에 2013년 36조8000억 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25조 원으로 30% 이상 꺾였다. 애플과 샤오미 등의 협공에 삼성의 독주는 흔들리고 있다.

국내 선두 기업이 이렇다면 다른 기업 사정은 불문가지다. 지난해 국내 기업의 총매출은 0.4% 줄어 저성장 기조가 뚜렷해졌다. 한국경제를 지탱해온 주력 제조업의 성장엔진이 식어가면서 기업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현대중공업·두산중공업·KT 등이 대규모 감원을 했고, 사업조직 재편 등 군살빼기도 잇따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주요 대기업은 올해 대졸 사원 채용을 10%가량 줄일 계획이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고용 한파를 예고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 내실을 다지는 것은 재도약을 위해 중요하다. 단, 신사업 투자에까지 움츠린다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한국 기업은 위기 국면마다 과감한 결단으로 경쟁 상대를 뛰어넘었다. 삼성전자가 최근 인수·합병(M&A)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기업들은 비명을 지르는데 정치권에서 법인세 인상, 노동계에선 총파업 얘기가 나오는 현실은 기막히다. 가장 좋은 복지는 양질의 일자리다. 기업이 무너지면 고용도, 국민 삶의 질 향상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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