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디플레 걱정” 배경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포럼에서 ‘2015년 한국 경제의 진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수요정책포럼에서 ‘2015년 한국 경제의 진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담뱃값 빼면 물가 ‘마이너스’
유일한 동력 수출마저 감소세
생산·소비·투자 지표도 ‘최악’

경제 활성화는 국회에 발묶여


한국 경제를 총괄하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한국 경제에 대한 극도의 위기의식을 쏟아낸 것은 최근 생산, 소비, 투자, 물가, 수출 등 모든 경제 지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월 담뱃값 인상분을 뺀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장기적인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0.5%를 기록하면서 1999년 7월(0.3%) 이후 15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담뱃값 인상 효과 0.58%포인트를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한국 경제에 디플레이션이 더 이상 ‘공포’가 아니라 ‘현실’로 닥쳐 왔다는 뜻이다.

올 1월 광공업생산 증가율은 전월대비 -3.7%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인 2008년 12월(-10.5%) 이후 6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광공업 출하 증가율도 전월대비 -3.3%로 2012년 3월(-4.2%) 이후 가장 나빴고,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4.1%로 2009년 5월(73.4%) 이후 최저치였다. 올 1월 설비투자 증가율도 전월대비 -7.1%로 지난해 8월(-9.1%)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판매 증가율도 전월대비 -3.1%로 지난해 9월(-3.5%) 이후 가장 낮았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홀로 이끌어온 수출마저 올 들어 감소세로 전환했다. 성장 동력이 차갑게 식어가는 상황에서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까지 겹치면서 한국 경제가 총체적 위기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주택 가격과 주가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과도하게 풀린 글로벌 유동성(자금)의 힘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외부 요인 등에 의해 부동산과 주식시장마저 붕괴할 경우 한국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게 된다. 최 부총리가 이날 포럼에서 “자산시장이 붕괴하면 백약이 무효”라고 말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 나라의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금방 헤쳐나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의 경우 강력한 정책 수단을 동원하면 빨리 회복되는 경향이 있는 반면 디플레이션은 온갖 정책 수단을 써도 ‘약발’이 잘 먹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 등에 발이 묶여 최근 정부의 경제 활성화 정책은 제자리에 묶여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오는 4월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거 등을 앞두고 모든 경제 이슈가 정치화하는 경향을 보이면서 경제 정책은 사실상 ‘올스톱’ 상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현재의 한국 경제는 스스로 회복의 모멘텀(계기)을 찾기 어려울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며 “얼어붙은 투자와 소비 심리를 녹일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조속히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해동 기자 haed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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