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방문한 경기 용인시 수지구 에너지관리공단 회의실. 진열대에는 지난 2년여 동안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내외 기관에서 받은 각종 상패가 전시돼 있었다.
공공기관 최초로 수상한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의 ‘한국의 경영대상(창조경영 부문 대상)’과 아시아 개발도상국에 모범 사례를 보여준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한 ADB의 ‘에너지효율분야(Center of Excellence)’ 인증서도 눈에 띄었다. 또 ‘교육기부대상’ ‘국제비즈니스대상’(미국 스티비어워즈 주관) 등도 있었다. 특히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전년보다 두 단계(D→B) 상승해 방만경영 철폐와 내부혁신을 인정받은 점은 공단 임직원의 큰 자랑거리다.
이 같은 대내외 성과는 3월로 취임 21개월을 맞은 변종립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이 간부급 사원과 ‘순댓국 모임’을, 일반 직원과는 ‘스파게티 모임’을 갖는 등 무릎을 맞대고 격의 없는 대화를 한 결과다.
또 공단 업무의 특성상 수차례 보고자를 거쳐야 하는 의사결정 지연을 철폐하기 위해 임원진과 보고자가 한자리에 모여 의사결정을 하는 ‘열린 한방(房)보고’를 지난 20개월 동안 28회 개최한 것도 주효했다.
변 이사장은 오는 8월부터 ‘한국에너지공단’으로 사명을 바꿔 ‘제2의 창사’에 나서며 다시 한 번 공단의 혁신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제는 공단의 내부혁신이 ‘우리만의 리그’에서 벗어났다고 판단되지만, 앞으로 국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혁신을 지속할 실행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단이 올해 7월 시행할 ‘신재생에너지 연료 혼합의무제도(RFS)’와 올 연말부터 실시할 에너지 취약계층에 쿠폰(카드)을 지급하는 ‘에너지바우처 제도’ 준비에 바쁜 변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우선 사명 변경에 대해 ‘한국’을 붙이고 ‘관리’는 빠진다고 쉽게 설명했다.
“이름만 바꾸는 것이 뭐가 중요하냐면서 보이지 않는 비용만 많이 든다고 힐난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명칭이 주는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사명을 바꾸는 것은 중요한 이미지 만들기이고 우리가 하는 일에 가치를 부여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처음엔 바뀐 사명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지금은 에너지 복지사업으로 확대된 진흥·지원·서비스 운영기관에 걸맞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또 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도입할 바우처는 최대한 간소화할 방침이다.
“이번 정부에서 신경 쓰는 국정과제 중 하나가 에너지 복지 관련 사업입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그동안 에너지재단에서 진행하던 사업을 에너지관리공단으로 이관했어요. 올해 말 에너지바우처 사업을 잘 정착시켜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노인, 1인 가구, 장애우 등 수혜자들이 혜택을 받기 쉽도록 운영해야 합니다. 하지만 15개 계층 분류와 동사무소의 신분 확인 등은 상당히 복잡해 관련 부처와 간단히 개정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사업예산도 해마다 증가해 공단의 역할 역시 늘어날 전망입니다.”
변 이사장의 공단 경영방침은 ‘활력·소통·도전’으로 요약된다.
“처음에 와서 직원들에게 물어보니 간부회의를 6개월에 한 번씩 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현안소통회의로 이름을 바꿔 2주에 한 번씩 열었어요. 전 직원 대화의 시간도 없다고 해서 한 달에 한 번 매월 셋째 수요일에 전 직원 소통 대화시간을 만들었지요. 회의시간에 침묵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조직입니다. 간부는 간부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변 이사장은 저유가 시기가 수요자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전환할 적기라고 밝혔다.
“셰일가스 혁명이 저유가 시장을 형성할 거라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유가 안정으로 여력이 생길 때 에너지 효율성 제고와 신재생에너지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지난 50년 동안 에너지 정책은 전부 공급 위주였어요. 그러나 최근 중동 에너지 위기와 유가 변동으로 정부는 수요자 중심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수요 관리 쪽으로 정책 관리가 완전히 전환되지 못하고 있어요. 우리 같은 공공기관이 앞장서면 민간 기업들이 뒷받침해 줘야 합니다. 그래야 96%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에너지 산업이 미래 수익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용인=박민철 기자 mindom@munhwa.com 노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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