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 사건 추적
한달여만에 팸플릿책 번역·출간
경제학자 우석훈의 ‘잡놈들…’
집필~ 출간까지 3주 안걸려
영화 인터스텔라 흥행 맞춰
이종필교수, 우주론 강의 書
사회는 빠르게 변하고 이슈의 지속 기간은 짧아진 시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한 ‘리얼타임’ 시대에 원고 집필·출판 제작 기간을 최대한 줄여 이슈에 재빠르게 대응하는 책 출간이 잇따르고 있다. 내용 면에선 ‘이슈북(Issue Book)’, 속도 면에선 ‘퀵북(Quick Book)’이다.
넘쳐나는 ‘쓰레기 정보’가 아니라 일정한 수준의 정리된 분석에 대한 독자의 요구가 높아진 데다 특정 이슈나 현상의 경우, 그 진행 속도가 긴 기획과 원고 집필 시간을 기다리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터넷과 빅데이터 등으로 자료가 축적돼 있어 그 이전보다 빠른 글쓰기가 가능해졌다.
사회·정치·국제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정평이 난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이 지난 1월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프랑스 풍자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을 분석한 ‘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생각들’(글항아리)은 전형적인 ‘빠른 이슈북’이다. 책은 테러 발생 두 달도 안 돼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지젝이 1월 11일 테러 발생 이후 바쁘게 쓴 원고는 1월 30일 출판사로 건네졌고, 10여 일 만에 번역을 마친 뒤 2월 24일에 인쇄에 들어갔다. 현지에서도 2월 말에 출간됐으니 동시 출간이라고 할 수 있다.
90여 페이지의 가벼운 팸플릿 형태인 책에서 지젝은 이슬람교를 분석하고 비판한다. 그는 “얼마나 믿음이 연약했기에 한물간 풍자주간지에 실린 한심한 만화를 보고 위협을 느꼈겠는가”라며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휘두른 폭력은 자신이 남보다 우월하다는 확신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그 스스로 열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지젝은 자유민주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의 대립은 가짜 대립이며 오히려 두 세력은 서로를 견제하며 서로를 만들어 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88만 원 세대’의 경제학자 우석훈의 정치에세이 ‘잡놈들 전성시대’(새로운현재)도 원고 집필부터 출간까지 3주가 채 안 걸렸다. 물론 긴 사전 기획 기간이 있었지만, 일단 기획이 끝나고 나자 저자는 2월 중순부터 원고를 쓰는 대로 출판사에 넘겨 집필과 편집 작업이 동시에 이뤄졌다.
그가 지난해 내놓은 ‘불황 10년’ 역시 원고 집필 시작부터 출간까지 3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새로운현재 김문식 편집장은 “사회과학서의 경우 이슈가 업데이트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집필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며 “저자는 이용할 수 있는 자료가 많고, 독자들도 도움받을 수 있는 데이터가 많아서 이전과 달리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해 주지 않아도 되는 점도 빠른 집필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 출간된 ‘이종필 교수의 인터스텔라’(동아시아)는 책이 얼마나 빨리 나올 수 있느냐를 보여준 ‘퀵북’이다. 이종필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BK21플러스 휴먼웨어 정보기술사업단 연구교수는 영화 ‘인터스텔라’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집필에 들어가 보름 만에 원고를 썼고, 출판사는 10여 일 만에 교정·디자인·인쇄 등을 마쳤으니 기획부터 출간까지 걸린 시간은 20여 일이다. 책은 영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여러 이론들과 영화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과학이야기를 정리했다. 당연히 저자의 평소 우주에 대한 열의, 관심과 축적된 지식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영화와 영화가 불러일으킨 우주에 대한 대중의 폭발적인 관심이라는 사회적 현상에 빠르게 대응했다는 점에서 이 역시 ‘과학 이슈북’이라 할 수 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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