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지난 2월 26일 경기 용인 골드골프장에서 열린 ‘축구인 자선 골프대회’에서 힘차게 아이언 스윙을 하고 있다.  용인=김낙중 기자 sanjoong@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지난 2월 26일 경기 용인 골드골프장에서 열린 ‘축구인 자선 골프대회’에서 힘차게 아이언 스윙을 하고 있다. 용인=김낙중 기자 sanjoong@
갈수록 ‘밑천’… 요즘엔 80~100타 ‘오락가락’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축구도 골프도, 결국 멘털이 중요한 스포츠죠.”

지난 2월 26일 축구인들이 모처럼 그라운드가 아닌 그린 위에 모였다. 지난해에 이어 경기 용인 골드골프장에서 열린 ‘축구인 자선 골프대회’. 오전 8시 30분 티오프 시간이 되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비롯해 김호곤 축구협회 부회장, 이회택 한국축구인노동조합 위원장 등 축구계 인사 약 100명이 샷건(모든 홀에서 동시에 티오프) 방식으로 일제히 티샷을 날렸다.

허정무(60)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도 이 대회를 통해 오랜만에 골프채를 잡았다. 올해 초 연맹 부총재로 선임되면서 업무 파악을 하느라 최근 거의 골프를 칠 기회가 없었는데 축구인들과 친목을 다지고 자선활동까지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기꺼이 참여했다.

“올 시즌부터 1부 리그로 승격한 대전 시티즌의 전득배 신임 대표 등과 한 조가 돼서 게임을 했다. 오랜만에 했더니 성적이 형편없었다. 4명 중 가장 하위인 88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록이나 승부에 신경쓰지 않았다. 서로 격려하고 즐기는 것으로 좋았다.”

이날 대회 우승은 신태용 올림픽 대표팀 감독이 차지했다. 최종 네트 스코어(핸디캡 스코어를 뺀 기록) 70.4타로 우승하며 부상으로 대형 벽걸이 TV를 받았다. 반면 허 부총재는 우승이나 부상은커녕 오히려 눈병에 걸렸다. “경기할 때는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3일 후에 왼쪽 눈이 붓고 심하게 충혈됐다. 진찰 결과 유행성 눈병이라더라. 경기 중에 센 모래 바람이 눈에 들어와 손으로 비볐는데 그게 잘못된 것 같다.”

허 부총재가 골프를 친 지는 약 15년쯤 됐다. 2000년대 초반 지인의 권유로 연습 한 번 하지 않고 곧바로 ‘실전’에 나갔다. 겁없이 시작한 골프는 의외로 쉬워보였다. 곁눈질로 배운 스윙이 일취월장하며 3년도 채 안 돼 80타 이하를 기록했다. 2003년 경기 용인 레이크사이드골프장에서는 첫 ‘싱글’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는 이후로도 몇차례 70대 스코어를 기록하며 ‘골프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밑천이 드러났다. 평균 타수는 다시 상승곡선을 그리며 플레이에 기복이 심해졌다. “요즘엔 평균 타수라고 말할 것도 없다. 80타에서 100타까지를 오간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골프에 대한 스트레스는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그냥 즐기기 때문이다.”

부인 최미나 씨와 함께 동반 라운드를 한 적도 있다. 몇 해 전 제주도의 한 골프장에서였다. “밖에는 아내가 골프를 잘 치는 걸로 알려진 것 같은데, 실제는 못 친다. 제주도 라운드가 우리 부부의 처음이자 마지막 라운드였다. 하하.”

축구인으로서 허 부총재는 골프가 축구 선수의 경기 후 회복 훈련에 도움이 된다고 믿고 있다. 공의 크기나 플레이의 성격에서 축구와 골프의 공통점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허 부총재의 생각은 다르다. “축구 회복 훈련에서 요구하는 워킹과 스트레칭이 골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골프가 회복 훈련의 일환으로 활용돼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전남 드래곤즈 감독 시절에는 선수들에게 골프를 권장했다. 정신력을 다지는 데에도 좋고, 자기 스스로 컨트롤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 점이 축구와 일맥상통하는 점이다.”

좋아하는 프로선수로는 ‘탱크’ 최경주와 뉴질랜드 교포 소녀 리디아 고다. 최경주는 경기하는 모습을 화면으로만 봤지만 그 안에서 특유의 성실성과 뚝심을 느낄 수 있었다. 리디아 고는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유럽여자프로골프 대회를 잇따라 석권하는 등 근성이 남자 선수 못지않다고 느꼈다. “LPGA 투어에서 한국 여자 선수들의 기세가 높다. 그들을 볼 때마다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참으로 장하다.”

허 부총재는 지난해 7월 2014 브라질월드컵 참패의 책임을 지고 홍명보 전 감독과 함께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직을 내려놨다. 따라서 프로축구연맹으로의 복귀는 여러모로 축구계 안팎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밖에서 본 연맹과 안에서 느끼는 연맹이 매우 다르다. K리그의 발전을 위해 연맹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번에 중책을 맡아 책임감이 크다. 올해엔 K리그 팬들에게 보다 재미있는 경기를 선사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심판의 판정을 유연하게 해서 공격 축구를 장려하겠다. 또 TV 중계방송이 더 많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고심하고 있다. K리그에도 골프의 인기가 부럽지 않은 날이 오길 진심으로 고대한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허정무에게 골프란 = 골프는 상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가끔은 그 사람의 성품까지도 엿볼 수 있다. 또 자기 자신과 싸우면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적어도 내게 골프는 승부가 아니라 대화이고 즐거움이다.
김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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