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발력있는 입담·지식 해박
캐스터·해설위원 ‘1인 2역’
원정팀 응원단도 배려해줘야
고교시절 아마농구대회 우승
“선수에겐 힘을, 관중에겐 즐거움을….”
함석훈(48) 씨는 겨울철이면 본업인 연기를 뒷전으로 물리고, 장내 아나운서라는 부업에 ‘올인’한다. 1991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야인시대’, ‘무인시대’, ‘대조영’, ‘불멸의 이순신’ 등의 드라마에 출연한 중견 연기자. 전자랜드의 홈인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선 ‘명품 아나운서’로 불린다. 순발력 있는 입담과 해박한 농구 지식으로 체육관을 찾은 팬들에게 복잡한 경기 상황 등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해 재미를 배가시키는 한편 열렬한 응원을 유도,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만난 함 씨는 “농구시즌 중에는 스케줄이 겹치면 곤란해 드라마 출연을 자제한다”며 “연기자 함석훈의 팬카페는 없지만, 장내 아나운서 함석훈의 팬카페는 있으니 겨울철에 농구에 전념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며 활짝 웃었다.
서울고 재학 시절 순수아마추어 농구대회에서 우승했을 만큼 농구광이었던 함 씨는 프로농구 원년인 1997년 나래(현 동부)의 장내 아나운서로 ‘데뷔’하면서 마이크를 손에 잡았고, 2003년 전자랜드로 옮겨 12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19년 차 베테랑인 만큼 ‘내공’이 깊다. 함 씨는 “요즘엔 팬들의 수준이 높아져 득점, 파울 등 기본적인 정보만 전달해서는 호응을 이끌어낼 수 없다”며 “픽앤롤, 픽앤팝 등 전술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고 경기 직후엔 총평까지 하면서 차별화를 시도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장내 아나운서는 15명 정도. 행사 전문 MC, 지역 라디오방송 DJ 등이 주류를 이루며 대부분 야구, 농구 등에 겹치기로 ‘출연’한다. 함 씨는 유일한 연기자 출신 장내 아나운서이며 오직 전자랜드를 위해 마이크를 잡는다. 오랫동안 선수들을 관찰해와 척 보면 다 보인다. 함 씨는 “게임에 앞서 몸을 푸는 모습을 보면 어떤 선수의 컨디션이 좋은지 나쁜지 파악된다”며 “‘오늘은 이 친구를 집중적으로 멘트해 띄워주면 되겠구나’라는 감이 온다”고 설명했다.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장에서 캐스터, 해설위원의 ‘1인 2역’을 맡는다. 그런데 홈팀으로부터 보수를 받기에 홈팀으로 치우치게 된다. 함 씨가 가장 경계하는 게 ‘편파’. 함 씨는 “체육관에 온 관중은 손님이고 홈팬은 물론 원정팀 응원단도 있으니 모두 존중해줘야 한다”며 “예를 들어 상대 팀 선수가 거친 파울을 했다고 장내 아나운서가 비난하게 되면 홈팬들이 흥분해 소란스러워질 수도 있기에 늘 조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함 씨의 큰아들 승호(18)는 일본 고치중앙고(2학년)에서 장학금을 받으면서 농구선수로 뛰고 있다. 국내 고교 지도자들은 다 알고 지내는 사이. 학부모와 지도자의 입장이 되면 친분 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국내가 아닌 일본 고교로 진학시켰다. 함 씨는 “큰아들이 어릴 적 아빠와 함께 드라마 촬영장, 농구장으로 놀러 다녔는데 배우가 아닌 농구선수를 선택했다”며 “승호가 한국농구연맹(KBL)의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발돼 부자가 함께 코트에 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인천 =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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