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생긴 여자의 목소리는 우렁찼고 눈빛은 강했다. 아베가 아래쪽에 적힌 자막을 읽었을 때 성명서 발표가 끝났다.
“저것들이 테러단이야. 뭐야?”
투덜거린 아베가 옆쪽에 앉은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을 보았다. 아소 다로는 1940년생이니 올해 76세, 1954년생인 아베보다 14년 연상이다. 쓴웃음을 지은 아소가 입을 열었다.
“북한판 가미카제를 하겠다는 모양이군.”
그 순간 아베가 숨을 들이켰고 제 입으로 말을 뱉었던 아소도 입을 다물었다. 생각나는 대로 말을 뱉었다가 말뜻을 되새기는 경우가 되었다. 총리 관저의 응접실 안이다. 오전 11시, 북한 측의 성명서 발표가 있다고 해서 아베가 아소를 불러 둘이 듣고 있다. 아베가 머리를 돌려 아소를 보았다.
“저 미친놈들이 설마 그러진 않겠지요?”
“내가 말을 뱉다가 가슴이 철렁하는데.”
이맛살을 찌푸린 아소가 머리를 기울였다.
“그럴 가능성이 가장 많은 놈들이오.”
“…….”
“저것들이 열을 받으면 아랍 테러단은 저리 가라 할 거요.”
“…….”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압된 충성이라 금방 흩어질 분위기였는데 지금은 아냐. 진짜로 폭탄을 안고 부딪칠 거요.”
“아니, 대마도는 남조선으로 들어갈 텐데 북조선이 그렇게까지…….”
“북조선이 남조선에 보여줄 건 그것이란 말입니다.”
“…….”
“아마 총폭탄 서너 발만 대마도로 보내면 김동일의 인기는 폭등할 거요. 한국연방 대통령이 되는 건 틀림없게 되겠지.”
아베가 어금니를 물면서 눈만 껌벅였다. 어깨를 늘어뜨린 아소가 길게 숨을 뱉었다. 아소 다로 또한 경력과 가문(家門)이 아베 신조에 뒤지지 않는다. 아소는 92대 총리를 지냈으며 아소가(家)는 대대로 탄광을 경영해온 갑부 가문이다. 아소의 증조부 아소 다카시는 일제강점기인 1942년부터 아소 탄광에 조선인을 1만여 명이나 강제 징용으로 끌고 가 노동력을 착취했으며, 안면도의 적송 1억3000만 그루를 베어 가 광산 갱목으로 사용했다. 1927년 안면도 임업소를 세우고 82만3000원을 주고 권리를 산 것이다. 가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 아소도 거침없이 조선관(觀)을 피력했다.
“조선인의 창씨 개명은 조선인의 희망에 의해 이루어졌다.”
아소가 한 말이다. 그때 아소가 생각이 났다는 듯이 머리를 들고 아베를 보았다.
“참, 어젯밤 미국 바이든 부통령의 전화를 받으셨다면서요?”
“예, 그것이.”
아베가 아소를 보았는데 눈의 초점이 잡히지 않았다. 방 안에는 이제 둘뿐이다. 비서관이 TV를 끄고 나갔기 때문에 방 안은 조용하다. 아소의 시선을 받은 아베가 말을 이었다.
“좀 화가 났습니다.”
“아니, 왜요?”
“맥아더가 점령군 사령관 시절에 남한의 대통령이 대마도 반환 요구를 했던 기록이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갑자기 그런 이야기는 왜 꺼내느냐고 했습니다.”
“그 새끼 노망이 든 것 같구먼.”
아소가 어깨를 부풀렸다.
“그런 기록 이야기는 왜 꺼내는 거야? 개자식이.”
“핵하고 대마도를 바꾸자는 북조선 요구가 당기는 모양입니다, 병신이.”
이제 둘은 거침없이 욕을 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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