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요원한 규제개혁
정부가 개인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파생상품 시장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 지난 4일 부산 남구 한국거래소 시장운영실에서 금융파생운영팀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정부가 개인투자자 보호를 명목으로 규제를 강화하면서 국내 파생상품 시장 거래량이 급감한 가운데 지난 4일 부산 남구 한국거래소 시장운영실에서 금융파생운영팀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등록규제 건수 20%나 급증
年 39억건 달했던 거래규모
6억건으로 줄며 中에도 뒤져

내년부턴 양도소득세도 부과
거래 원천봉쇄·시장궤멸 우려


‘세계 1위였던 파생상품 시장은 11위권 밖으로 떨어진 채 중국에 밀리고, 인터넷은행 탄생은 연내에도 어려울 전망이고….’

이처럼 규제 문제로 성장 동력이 꺼져가거나 신성장 창출이 지연되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개혁’ 속도가 그만큼 더디기만 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규제 지표인 금융위원회의 지난해 12월 말 현재 소관 등록 규제 건수는 5년 전에 비해 20% 가까이 증가했고, 3월 현재 규제건의 수용률 순위는 바닥권을 맴돌고 있다.

5일 금융당국·국회 등에 따르면 2011년만 해도 세계 1위 거래 규모를 자랑하던 한국 파생상품 시장은 관련 규제 강화로 지난해 상반기에는 7분의 1가량으로 쪼그라들고, 세계 순위는 중국한테도 밀린 11위로 추락했다. 4년 전만 해도 연간 39억2800만 건에 달했던 거래규모는 대규모 매물로 주가지수가 폭락한 일명 ‘옵션 쇼크’ 사건으로 인한 관련 규제 강화로 지난해 6억 건 내외로 주저앉은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중국은 지난해 상반기 9위를 기록하는 등 10위권에 처음 진입했다”면서 “규제 강화로 파생상품 거래가 위축될 수밖에 없어 앞으로 중국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자산의 가치변동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파생상품은 ‘위험 분산’과 ‘투기’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으나 금융당국의 규제가 투기 억제 측면만을 지나치게 고려한 너무 강한 규제로 거래를 ‘원천 봉쇄’하면서 시장 위축을 불러왔고,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후퇴하게 만들었다는 불만도 나온다. 내년부턴 파생상품에 양도소득세까지 부과돼 시장이 빈사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해외 인터넷은행 시장은 이미 2000년 초반부터 활성화돼 왔으나 국내는 아직도 여전히 허가 조건 등을 놓고 금융당국이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다. 의견 수렴과 법 개정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연내 인터넷은행 탄생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반면 지난해 기준 세계 10대 인터넷 전문은행의 총자산은 4400억 달러(약 482조 원), 총 예금은 3039억 달러(363조 원)를 기록한 것으로 금융권은 추산하고 있다.

이런데도 금융규제 개혁 속도는 더디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정훈(새누리당) 의원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위 소관 규제 건수는 1079건으로 5년 전(918건)에 비해 17.5%나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 1년 새 줄어든 금융위 소관 규제 건수는 불과 17건에 불과했다.

국무조정실이 4일 현재 집계한 20개 정부 부처의 규제건의 수용률 순위를 보면 금융위는 218건 중 71건으로 26.8%(18위)에 그쳤다. 전체 평균 36.6%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외교부·법무부 등과 바닥권을 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개혁에 실기하면 금융권이 재앙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관범·장병철 기자 frog7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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