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고객 계좌 허용해야”… 은행 “대기업은행 출현 우려”
보험사에 고객의 결제계좌를 허용하는 방안을 둘러싸고 은행과 보험사 간의 로비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뛰고 있다.
보험사들은 금융업 간 벽을 허물고 고객 편의를 높이기 위해 보험사에서도 자유롭게 고객 계좌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은행들은 대기업집단 계열 보험사의 운신 폭이 더 커질 경우 ‘대기업 은행’이 출현할 수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장 10여 명은 최근 관련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 정무위원장을 만나 우려를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험사 사장 9명은 바로 다음 날 정무위원장과 만나 진정을 하는 등 CEO들이 직접 뛰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2008년에도 정부가 보험사의 지급 결제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은행들의 끈질긴 로비로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2012년 18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면서 무산됐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보험사의 지급 결제 요구는 보험사가 은행이 되고자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특히 대기업집단 계열 보험사의 경우 은행을 소유하는 것과 다름없어, 은행과 기업 간 장벽을 세운 ‘은산분리’의 근간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은행들의 이 같은 주장이 터무니없는 ‘음해’에 불과하다며 지급결제 허용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저축은행·우체국·증권사 등 다른 금융사들에 허용된 것은 물론 ‘핀테크(IT금융 )’ 바람을 타고 정보기술(IT)기업에마저 지급결제 기능을 허용하려는 추세인데, 보험사에만 유독 이를 허용치 않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금융업종 간 칸막이를 허물어 고객이 ‘원스톱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금융정책의 근간인데, 이를 애써 무시하고 기득권에만 집착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고 이자 장사에만 급급해 하는 보신주의적인 자세”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