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 / 정치부 부장대우

방산비리합동수사단 출범 100일을 지나며 대장 1명, 중장 2명, 준장 2명 등 예비역 장성들이 굴비 엮이듯 구속되는 살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부자(父子)가 방산 비리 혐의로 구속돼 방산부패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의 행적은 단연 압권이다.

총장 재임 시, 대통령 이름까지 팔고 조폭을 연상시키는 협박으로 방산업체 회장한테 7억여 원을 뜯어낸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해군 정보함 부품 납품업체 선정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해 수천만 원의 뇌물을 챙긴 사실이 추가로 적발됐다. 그의 주위엔 업계 ‘큰손’으로 주목받는 해사 동기생 등 로비의 달인들이 포진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총장 퇴임 후 방산업계 고문이나, 무기중개업에 관여하다 수사 대상에 오른 전직 참모총장만 서너 명에 이른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후배 장교들에게 존경의 대상이어야 할 참모총장이 무기 로비스트에게 포섭돼 무기 입찰 창구를 기웃거려 망신살이 뻗치고 군 사기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정부부처 업무 평가에서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최하등급을 받은 것은 사필귀정이다. 군 수뇌부가 퇴임 후 방산 로비의 귀재로 변신하는 작금의 현실과 무관치 않다.

윗물이 구정물이다 보니 아랫물은 악취가 천지에 진동한다. 통영함·소해함 납품 비리로 구속기소 된 방사청 상륙함사업팀 최모 중령은 수천만 원의 금품도 모자라 강남 유흥주점을 1년에 26차례 제집처럼 드나들며 접대를 요구하고 향응을 받은 사실도 적발됐다. 통영함 비리로 사실상 경질된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 등 작금의 사태는 세월호 침몰 사건과 합수단 출범이 아니었다면 그냥 묻혀버렸을 사안들이다. 합수단이 짧은 시간에 성과를 냈다곤 하지만 이 정도는 빙산의 일각이다. 방산비리의 종착역이 어딘지 가늠조차 하기 힘들 정도다. 방산 비리 생태계는 놀랄 만큼 견고하고 촘촘해졌다. 방산업체와 군 당국의 수사 저항도 만만찮다는 얘기도 들린다. 급조된 합수단이 난공불락의 방산 비리 핵심을 건드릴 수 있을지 벌써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방산 비리 척결 등 앞으로의 방산정책은 치수(治水)사업하듯 해야 한다.” 평생 국방전력·방위사업에 몸담아온 한 예비역 장성은 사석에서 난마(亂麻)처럼 얽히고, 수마(水魔)처럼 지독한 방산 비리 해결책으로 난데없이 하(夏)나라를 건국한 우(禹) 임금의 치수사업 얘기를 꺼냈다. 그는 “방산·군납 비리 둑을 임시방편으로 막아온 땜질로 온통 누더기가 된 현재의 방산정책으론 해답이 없다”고 했다. “개방화·소통·민영화·디지털·소프트웨어 위주로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맞게 지금이야말로 방산정책을 전면 재정비할 절호의 기회”라는 논지다.

우 임금은 황하가 범람하지 않도록 제방을 높이 쌓고 물을 가둔 아버지 곤()과 달리, 물이 정리된 수로를 따라 바다로 흘러가도록 ‘자연스러운 물길’을 따르게 했다. 여러 물줄기를 연결하는 사업 추진과, 물길을 모으는 저수지를 건설하는 등 물길의 상호 소통 등이 치수사업 성공의 비결이었다. 인적 쇄신과 전문가 저수지(인재풀), 제도개선 등으로 비리 생태계를 정화하고 상생의 생태계로 전환해 방산 비리·부패가 창궐할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csjug@munhwa.com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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