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바뀌면 슬그머니 사라져… 제조업 보조수단 인식 말아야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정책 방향이 180도 달라지는 등 무분별한 ‘코드 금융정책’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어 금융권을 중심으로 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명박(MB)정부는 정권 초기인 지난 2009년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의 장기 비전으로 정하고 금융정책의 일환으로 ‘녹색금융’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당시 42개의 관련 금융상품이 쏟아져 나왔고 이 대통령 재임 기간 녹색성장 관련 펀드만 총 86개가 출시됐다. 나아가 은행연합회장을 필두로 하는 녹색금융협의회까지 만들어졌다.

금융위원회가 조사한 결과 MB정부 시절 IBK기업은행과 KDB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정책금융공사가 지원한 녹색금융 규모는 2009년 6조2000억 원에서 2010년 9조 원, 2011년 12조 원으로 확대됐고 지난 2012년에는 17조7000억 원으로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 지원 규모가 줄기 시작했다. 실제 2013년에는 16조4000억 원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9월 말까지 12조4000억 원이 지원됐다.

금융권에서는 이처럼 녹색금융 지원 규모가 줄고 있는 원인 중 하나로 박근혜정부가 추진 중인 기술금융을 꼽고 있다. 기술금융은 시중에 돈이 넘치는데 기술은 있고 담보는 없어 자금난에 시달리는 벤처기업에 자금을 제때 공급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으며 현 정부가 주장하는 창조금융의 핵심이다.

실제로 정부의 강한 정책 의지에 따라 시중은행들의 기술금융 관련 실적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은행 혁신성 평가 방안에서도 기존 평가 항목이었던 녹색금융은 슬그머니 빠졌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현상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김대중정부와 노무현정부 때도 각각 정보기술(IT) 벤처육성책과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 등 관련 금융정책과 상품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일이 반복됐다. 이상빈(파이낸스경영학) 한양대 교수는 “제조업의 보조수단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독자 산업으로 금융산업을 바라보고 규제를 철폐해 민간이 알아서 커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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