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흥원, 기초컨설팅 지원지역별로 노무·회계사 확보… 근로계약서·직원 교육 등 직접 방문해 애로점 들어
2차례 컨설팅 받은 업체 부가세 등 세무 고민 해결
최대 330만원 비용 지원… 현재 395개社 혜택 받아
지난해 7월 김유리(왼쪽) 커피창고 대표가 기초컨설팅을 맡은 노무사로부터 취업규칙 제정 등과 관련한 컨설팅을 받고 있다.
대부분이 창업 단계의 소기업에 머물고 있는 사회적기업은 회계, 인사관리 등 경영분야에 취약점을 갖고 있다. 이런 취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사회적기업이 회계사, 노무사 등 사회 각계의 경영전문가들로부터 컨설팅 지원을 받고 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지난 한 해 동안 사회적기업 중 모범적으로 기초컨설팅을 받은 사례와 사회적기업의 지속성장에 도움을 준 컨설턴트를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우수기업 = 2014년 통일부 예비사회적기업으로 등록된 ‘커피창고’는 북한이탈주민과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일자리 창출형 사회적기업이다. 원두커피를 로스팅해 사내 카페를 운영하는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매출액이 2013년 4억3000만 원에서 2014년 8억 원으로 증가하는 등 빠른 성장을 보이면서 경영 시스템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생겼다.
양지선 커피창고 과장은 “거래처는 200개로 늘었는데 소기업이다 보니 재무·회계에 있어 취약했다”며 “서류상 갖춰져야 하는 사항이 많지만 잘 알지 못하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근로계약서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식대를 급여에 포함하게 되면 비과세를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필수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직원교육은 무엇인지 등 인사 노무 관리 부분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다. 매입 서류를 어떻게 꾸미고, 현금지출 증빙은 어떻게 만드는지 등 회계·세무 분야의 노하우도 익혀야 했다. 커피창고는 인사·노무 컨설팅 3회를 거치며 취업규정과 직원 복지 등을 개선했다. 2차례에 걸쳐 진행된 회계·세무 컨설팅을 통해 자본금·매출액 증가에 따른 부가세 변화 등 전반적인 세무 관련 문제를 해결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적기업의 경영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방문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초컨설팅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사·노무, 회계·세무, 법률·법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확보하고 있다.
기초컨설팅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기업이 신청서를 제출하면, 대상기업을 선정해 경영 컨설팅을 실시한다. 노무사, 회계사 등이 해당 사회적기업에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는데, 기업당 최대 330만 원의 기초컨설팅 비용이 지원된다. 현재까지 395개의 사회적기업이 기초컨설팅 혜택을 받았다.
◇우수 통합지원 기관 = 진흥원은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전국 각지에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통합지원 기관’을 두고 있다. 인천 지역 통합지원 기관인 ‘시민과대안연구소’는 소속 컨설턴트가 자문 기간 기업당 5회씩 방문하고, 철저한 모니터링을 실시해 기초컨설팅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시민과대안연구소는 노무사 6명과 회계·세무 분야 컨설턴트 5명을 전문가 풀로 확보하고 있다. 접근이 어려운 인천 강화군과 옹진군 지역의 사회적기업에까지 컨설턴트를 연결해 주기도 했다. 기초컨설팅 이후에는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경준 시민과대안연구소 본부장은 “전문가와 협약을 맺을 때 아예 사후관리 조항을 명시하고, 프로보노(재능기부) 협약도 동시에 맺는다”며 “사회적경제 분야에 관심과 애착을 갖고 계신 분들을 소개받아 컨설턴트 풀을 구성한 만큼 이분들도 기초컨설팅 종료 후에 기꺼이 해당 기업의 문의사항을 해결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수 노무사 = 역시 우수사례로 선정된 강원 지역 인사노무 부문 컨설턴트인 이희진 노무사는 “사회적기업을 하시는 분들이 당황하지 않고 표준화된 서식을 이용해 혼자서도 모든 서류를 작성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현재는 지역마다, 컨설턴트마다 사용하는 서식이 달라 사회적기업이 혼란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컨설팅이 끝나면 해당 기업에 명함을 건네면서 애프터서비스를 약속한다. 사회적기업이 업무를 진행하다가 애매한 부분이 있으면 컨설턴트에게 문의한 뒤 일처리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그는 “사회적기업이든 일반기업이든 노동법상 차이가 없어 특별히 다르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사회적기업은 영세해서 인사노무를 전담하는 담당자가 없는 경우가 많아 임금이나 근로계약서 등 꼭 필요한 두세 가지를 집중적으로 코칭한다”고 말했다. 또 일방적인 주입식 컨설팅보다 해당 기업의 눈높이에 맞는 방식을 추구하고, 이해를 높이기 위해 대화 형식으로 컨설팅을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수 회계사 = 대구경북 지역 컨설턴트인 김성원 회계사는 지난 2010년부터 기초컨설팅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기초컨설팅을 시작하기 전에 해당 기업의 특성을 먼저 파악하는 작업에 나선다고 한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 등 조직의 형태나 문화, 교육 등 업종에 따라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그는 실무에서 각 담당자가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도록 기초적인 회계지식을 전달하는 일에 중점을 둔다. 컨설팅 과정에서 기업이 컨설팅 내용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의 방식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다. 김 회계사는 “기존 방법의 오류를 개선하거나 새로운 방식을 적용해 보라고 권고하기는 하지만 설득이 쉽지는 않다”며 “아무것도 갖춰져 있지 않은 열악한 기업이 제가 상담해 드린 내용을 업무에 적극 반영하는 모습을 보면 컨설턴트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기업 기초컨설팅은 직접 몸과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 작업”이라며 “많은 컨설턴트들이 사회적기업을 위해 지식과 재능을 적극적으로 기부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