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는 예부터 우리 민족과 친숙한 동물이었다. 부부애가 좋고, 가족과 동료 간 우애가 좋아 결혼식에는 나무로 깎은 기러기를 교환했다. 마을 어귀에는 화기를 줄이려고 인공호수를 만들고 기러기로 솟대를 세워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공유했다.
우리 들녘에서 흔하게 만나던 기러기들도 이제는 특정한 지역에서나 볼 수 있다. 논바닥에 떨어진 낙곡을 먹고, 천연 비료를 남겨주는 기러기는 논농사에 큰 보탬이 되어왔다. 그러나 그들의 안식처에 비닐하우스가 들어서고, 건축물이 증가하면서 설 땅이 점점 줄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논바닥에 즐비했던 볏단들도 가축의 사료용으로 모두 수거해 가 기러기들이 먹을 식량은 바닥이 났다. 심지어 조류인플루엔자(AI)를 전파하는 매개체로 오인돼 천대를 받고 있다. 그래도 정월대보름 무렵이면, V자를 그리며 저녁 하늘을 수놓는 기러기들이 우리 마음속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김연수 기자 ny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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