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피, 로봇 액션? 인간들과의 교감!
관객들은 시놉시스나 인터넷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작품의 분위기를 예측하고 영화를 선택한다. 이런 예측은 대개 맞아떨어지지만 간혹 전혀 다른 작품을 접할 때도 있다. 영화가 예상보다 재미있게 전개되면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 들지만 반대의 경우 화가 치밀어 오른다.
오는 12일 나란히 개봉하는 2편의 영화는 ‘겉모습’과는 다른 분위기로 흘러간다. 한마디로 예측 불허. 최고의 드러머가 되려는 음악학도의 도전기를 그린 것으로 알려진 ‘위플래쉬’와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의 활약상을 담은 SF 액션 영화처럼 보이는 ‘채피’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비롯해 음향상, 편집상 등을 수상하며 3관왕에 오른 ‘위플래쉬’는 학교 연습실에서 홀로 드럼 연습을 하는 앤드루(마일스 텔러)의 모습을 따라가며 시작된다. 이후 독하기로 소문난 플레처 교수(J K 시먼스)가 앤드루의 연습 광경을 지켜보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문은 연 영화는 대부분의 시간을 뉴욕 음악 명문인 셰이퍼 음악학교에서 피나는(실제로 드럼 연습을 하는 앤드루의 손에서 피가 많이 난다) 연습을 하는 앤드루와 인격 모독에 가까운 욕설까지 해대며 그를 전설적인 연주자로 만들려는 플레처 교수의 기 싸움에 할애한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머리가 흔들릴 정도로 울려대는 드럼 사운드와 플레처 교수의 광기 어린 고성으로 관객의 정신이 혼미해졌을 때쯤 이 영화는 본색을 드러낸다. 이때부터 관객은 스릴러 분위기로 흘러가는 영화에 또 한 번 충격을 받는다. ‘뭐지?’ 하는 생각으로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춰 명연주를 펼치는 장면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자막이 올라간다.
이 영화의 연출자인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음악 영화지만 전쟁 영화나 갱스터 영화의 느낌이 나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감독의 말을 곱씹으면 열린 결말의 의미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을 듯하다.
‘채피’는 외계인을 등장시켜 인종 차별 문제를 건드린 ‘디스트릭트9’(2009년)과 부자들만의 우주정거장을 통해 빈부 격차를 풍자한 ‘엘리시움’(2013년)을 만든 닐 블롬캠프 감독의 신작이다.
이 영화는 초반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범죄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로봇 경찰군단 ‘스카우트’의 활약을 보여준다.
관객들은 앞부분을 보고 ‘화끈한 액션이 펼쳐지겠구나’라고 생각하지만 이후 영화는 인공지능을 얻어 갓 태어난 아기와 같은 상태가 된 채피가 험난한 세상에서 성장하며 인간과 교감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자신이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스카우트22호(채피)에게 이식한 로봇 박사 디온(데브 파텔)은 채피를 빼앗아 범죄에 사용하려는 갱단과 자신의 욕심에 눈이 어두워 채피를 없애려는 군인 출신 무기 개발자 빈센트(휴 잭맨) 사이에서 채피를 지키려 한다.
“로봇이 인간보다도 더 도덕적이고 윤리적이며 양심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관객은 혼란을 느낄 것”이라는 블롬캠프 감독의 말이 이 영화의 분위기를 잘 설명해 준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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