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에너지 국민 공감대 필요… 반대편 포용해야 결과도 신뢰”
“원자력은 친환경 적극적 홍보… 온실가스 문제도 원전이 해법”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 4주기를 하루 앞둔 10일. 서울 금천구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을 찾아 김호성 이사장을 만났다. 김 이사장은 입법고시 출신의 첫 공공기관장으로 국회에서 32년 동안 근무하며, 여야 간 정책 이견 조율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 갈등 조율의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관련 중요 이슈 때마다 찬반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소모적인 갈등 상태가 이어지는 국내 원자력 업계를 두루 조율할 수 있는 적임자인 셈이다. 실제 국내 원자력업계는 앞으로 10년 내 설계 수명이 끝나는 6기의 원자력발전소 계속 운전 허가 심사를 비롯, 사용후 핵폐기물 처리 문제 등 현안은 쌓여 가고 있지만 원자력문화재단은 오히려 예산 삭감 등으로 역할이 축소되면서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일방적 홍보에서 공공커뮤니케이션으로 방향전환을 하고 있는 재단 입장에서도 ‘능력자 구원투수’를 맞아들였다는 것이 원자력 업계 안팎의 평가다.
취임 2개월째를 맞은 김 이사장은 원자력을 포함한 에너지 관련 지식은 갈등 현장에서 몸으로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재단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라고 자부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국내외 원전 관련 현안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세세히 기억하면서 설명해 나갔다.
“2011년 지식경제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부임 2개월쯤인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어요. 4년 전 그날은 금요일이었습니다. 그 다음 주 월요일에 지경위 간사단의 해외 출장 일정은 취소되고 지경위가 바로 열렸어요. 그때부터 끊임없이 이슈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원전 문제에 깊숙이 빨려 들어갔습니다. 시간 날 때마다 고리, 월성 등 원자력 발전소에 내려가 현안 브리핑도 받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영향력 등을 파악하느라 바빴어요. 그해 9월 15일에 우리나라에서 순환 정전 사건도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그해 국감이 ‘정전 국감’이 됐습니다. 그 당시 지경위를 개최해 관련 현안에 대한 정부 보고와 원자력 관련 각종 보고서를 비롯한 다양한 자료를 탐독하며 해소방안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 덕분에 원전과 전기 등 에너지와 관련된 분야에 대한 고민도 하고 정책구상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또 원자력발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생긴 배경이었던 원전 불량 부품 비리 사건과 밀양송전탑 갈등 국면도 현장에서 지켜봤다. 김 이사장은 이러한 경험과 지식을 쌓은 것이 재단 이사장 공모에서도 심사위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원자력 에너지의 환경 보호 기능이 간과되고 있다는 점을 먼저 강조했다.
“재단에서 앞으로 원자력발전소의 환경성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기후변화에 온실가스 문제가 갈수록 중요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환경위기 시계가 21시 27분이라고 하는데 그 시계를 재단 홈페이지 전면에 배치하라고 지시했어요. 원자력은 온실가스에 자신감이 있습니다. 올해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데 46%가 발전 에너지 업종에서 나옵니다. 원전은 온실가스 배출이 거의 없는데 이런 점이 너무 무시됐습니다.”
그는 에너지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탈핵 vs 찬핵’과 같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큰 틀에서 국가에너지 백년대계를 논의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에너지미래공론위원회’(가칭)와 같은 논의기구를 구상 중이다.
“국회에서 여야의 첨예한 이견을 조율하고 조정했던 경험을 에너지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는 데 반영하고자 합니다. 국회의 의사진행과 법안처리 방식을 도입하고, 지나치게 강고한 입장과 견해를 가진 양 극단을 벗어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찬반 의견을 가진 분, 이를 조정하실 수 있는 분 등을 모시고 시작하려고 합니다. 위원회에 참여하는 분들을 지역·세대·직능 등을 고려해 각계각층의 대표성을 가진 분을 참여시킴으로써, 우리의 에너지 미래를 단기적으로 또 장기적으로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콘센서스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김 이사장은 탈핵을 강하게 주장하는 단체와 의견 교환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동안 우리는 탈핵 단체에 대한 의견 교환을 등한시했습니다. 의제를 논하려면 찬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서로 어디에 관심을 두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절벽에도 길은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협상 타결할 때 중재안이 중요합니다. 탈핵 단체 쪽에서 강하게 주장한다고 해서 우리 재단도 강하게 홍보하면 우리 사회에서 중재자가 설 곳이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러면 신뢰받는 집단이 하나도 없게 되지요. 지금은 믿음이 실종된 사회처럼 같은 데이터를 갖고도 해석을 달리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에너지 갈등은 이성적으로 해결할 여지가 충분히 많아 희망을 품고 있어요. 국회에 있을 때 안 풀릴 것 같은 사안도 인내를 가지고 매달리면 풀리는 것을 자주 봤습니다.”
박민철·노기섭 기자 mindo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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