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거나 미치거나역사는 인류 사회의 발전과 관련된 의미 있는 과거 사실들에 대한 인식 또는 그 기록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에 지나지 않는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역사드라마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 시간과 공간을 차용한 것 같지만 실상은 모든 것이 허구적 상상의 결과인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2012년에 방영됐던 ‘해를 품은 달’이 대표적이다. 조선 시대 가상의 왕과 무녀의 애절한 사랑을 그리면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역사의 외피를 두른 멜로드라마’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물론 역사드라마의 장르적 다양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고증하거나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특징인 역사드라마의 개념을 혼란스럽게 한 것은 분명하다.

‘판타지 로맨스’를 표방한 MBC 월화드라마 ‘빛나거나 미치거나’도 역사의 외피를 두른 멜로드라마이기 때문에 여타의 역사드라마와는 다른 관점에서 시청할 필요가 있다. 역사적 기록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지만, 고려 제4대 왕이었던 광종(光宗)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 시청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려의 저주받은 황자 왕소(장혁)와 발해의 버려진 공주 신율(오연서)의 경쾌한 사랑과 왕소가 황위에 오르기까지의 권력 암투가 조화를 이루면서 흥미를 유발하지만, 극적 상황이 역사적 사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왕소와 신율은 봉건적 운명론으로 맺어진 관계이다. 왕소는 “이 아이가 공주가 아닌 황자로 태어난다면 어둠이 비처럼 온 나라에 내릴 것이요, 황실을 피바다로 만들 것이요,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갈 것이요, 위와 아래가 섞일 것이고, 세상을 뒤흔들 것이다”는 운명을 타고나면서 ‘저주받은 황자’로 낙인 찍혀 궁궐에서 쫓겨나 금강산에서 성장한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는 상처 때문에 자유분방하게 살던 왕소는 신율을 만나 운명을 바꾸게 된다. 발해의 마지막 공주이자 청해상단의 실력자인 신율이 왕소를 빛나는 존재로 만들어 주는 운명의 여인이었던 것이다.

왕소와 신율 사이에서 갈등을 조장하는 황보여원(이하늬)의 역할도 로맨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설정이다. 가문을 위해 왕소와 정략결혼을 한 황보여원은 사내로 태어났으면 황제를 꿈꾸었을 만큼 정치적 야망이 큰 여인이다. 자신의 가문을 고려 제일의 가문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녀의 야망은 왕소가 황위에 오르는 과정에서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극적 긴장을 고조시킨다.

왕소와 신율의 운명적 사랑 그리고 황보여원의 정치적 야망이 빚어내는 이야기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의 산물인 만큼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는 없다. 하지만 비참하고 남루한 나날을 보내던 저주받은 황자 왕소가 인생의 고비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진정한 지도자로 거듭나는 과정의 에피소드는 역사적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역사의 외피를 두른 멜로드라마에서 억울하게 노비가 된 양민을 위해 노비안검법을 시행하고 우수한 인재를 등용하기 위해 과거제도를 도입한 광종의 업적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주의를 기울여 시청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도 그래서이다.

충남대 교수·드라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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