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너머에 바다를 끼고 있는 골프코스는 골퍼인들에게 최고의 낭만을 주지만 바람의 영향으로 스코어 관리하기는 만만치 않다. 2015년 작. 김영화 화백
저 너머에 바다를 끼고 있는 골프코스는 골퍼인들에게 최고의 낭만을 주지만 바람의 영향으로 스코어 관리하기는 만만치 않다. 2015년 작. 김영화 화백
지난 8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대결이 펼쳐졌습니다. 여자프로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와 2위 박인비, 3위 스테이시 루이스가 우승을 놓고 마지막 라운드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마침 A골프장 전 대표분 따님의 결혼식이 있어 지인 부부랑 함께 결혼식장으로 향했습니다.

결혼식이 오후 1시여서 가는 내내 빅 게임이던 HSBC위민스 챔피언십 결과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함께 한 지인께서 말합니다. 오늘 게임은 월드컵 4강과 같다고 말입니다. 세계 1, 2, 3위 대결이니 참 볼 만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지인과 아내는 한창 컨디션이 좋은 리디아 고의 우승을 점칩니다. 하지만 필자는 박인비의 우승이 확실하다고 했습니다. 결과는 박인비가 퍼펙트하게 두 사람을 따돌렸습니다.

우승을 확신한 이유는 딱 두 가지였습니다. 박인비에게는 있고 리이다 고에게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박인비는 13승을 할 만큼 수많은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아울러 메이저대회 우승 경험이 있기에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골프만큼 아주 짧은 시간 속에서 위기와 기회가 오는 게임도 없습니다. 결국 이를 극복하는 사람만이 짜릿한 성취감을 누릴 수 있습니다. 리디아 고는 패기와 파워 면에서는 박인비를 압도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패기와 파워가 일을 그르치게 만들 수 있음을 극명하게 잘 보여준 대회였습니다.

참깨는 후려 패 터는 것이 아닙니다. 툭툭 살살 쳐야 깨가 밖으로 튀어 나가지 않습니다. 그 깨달음을 처음부터 아는 것이 아니죠. 많은 경험을 통해서 얻게 되는 것입니다. 부드러우면 휘어지지만 강하면 부러지고 맙니다.

그래서일까요. 골프 대결은 반드시 남자가 여자를 이기고, 젊은 사람이 나이 많은 사람을 이기지 못합니다. 골프는 절대 힘과 패기만 가지고 대결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때로는 부드럽게 또한 때로는 강하게, 가끔은 빠르게, 가끔은 천천히 공략해야 합니다. 그래서 삶과 같다고 합니다. 산에 빨리 오르려면 그 산을 많이 올라가 본 사람을 따라가라 했습니다. 골프 역시 많은 경험과 노련함이 쌓였을 때 그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 세계 랭킹 1, 2, 3위 대결을 보면서 노련함과 많은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깨닫게 됩니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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