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화 이사장이 8일 경남 김해의 롯데스카이 힐 김해골프장 클럽하우스 2층에 마련된 클럽챔피언 전시 코너 앞에서 자신의 핸드프린팅이 담긴 액자를 가리키고 있다.
김길화 이사장이 8일 경남 김해의 롯데스카이 힐 김해골프장 클럽하우스 2층에 마련된 클럽챔피언 전시 코너 앞에서 자신의 핸드프린팅이 담긴 액자를 가리키고 있다.
“30대 초반부터 꿈꿨던 클럽챔피언 60세때 이뤘죠”김길화 정다운요양병원 이사장

봄기운이 완연했던 지난 8일 경남 김해 롯데 스카이힐 김해골프장 힐 코스 1번 홀(파4·338m). 김길화(65) 양원의료재단 정다운요양병원 이사장은 동반자들과 인사하느라 연습 스윙 한번 않고 급하게 티 샷을 날렸다가 ‘쪼로(토핑)’를 냈다. 2010년 이 골프장 클럽챔피언까지 올랐던 그는 처음 당한 낭패에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첫 홀인 점을 고려한 동반자들의 배려로 ‘멀리건’을 받고 다시 친 그의 샷은 제대로 날아갔다. 내리막인 데다 왼쪽으로 휜 이 홀에서 그의 볼은 캐리로 180m를 보내야 벙커를 훌쩍 넘긴다는 ‘챔피언 코스’로 날아갔다. 핀과는 불과 60m를 남기고 샌드웨지를 잡고 친 그의 두 번째 샷은 핀을 맞고 그대로 홀로 들어갔다. 올해 두 번째 라운드에서 ‘행운의 칩인’을 기록하자 들뜬 표정의 동반자와는 달리 그는 스코어 카드에다 ‘파’로 적었다.

김 이사장은 1984년부터 골프를 배웠다. 30세를 갓 넘긴 당시의 짜릿했던 추억을 잊지 못한다. 그는 이때의 추억이 ‘클럽챔피언’의 꿈을 키운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30대 초반의 꿈은 26년이 지나, 60세가 돼서야 이룰 수 있었다.

고교(울산 학성고) 때부터 야구선수를 했다는 그는 지금도 스포츠 마니아다. 처음엔 선배들의 권유로 가볍게 골프를 시작했지만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연습장에서 1주일쯤 ‘똑딱이 볼’만 치다 보니 문득 “내가 지금 뭐하는 짓이지?” 하며 슬슬 후회가 말려왔다. 골프를 멀리했고, 결국 해를 넘겨서야 다시 골프채를 잡았다. 이듬해 봄 지인들이 “함께 골프나 치자”며 그를 진해 해군기지 내 골프장에 데려갔다. 연습장은 조금 다녔지만 처음 골프장에 갔던 것. 그는 ‘머리 얹는 날’ 버디를 잡아내며 동반자들을 놀라게 했다. 4번 홀(파4)에서 친 두 번째 샷을 핀에 2m 남짓 붙여 버디를 잡았다. 첫 라운드 시작 30여분 만에 버디를 잡아내자 동반자들이 먼저 흥분했다. 그에게 “골프 신동 났다” “재능이 충분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버디 기념패’까지 만들어 전달해 줬다.

어깨가 으쓱해진 그는 그날로 다시 연습장을 끊었다. 지인들의 예견대로 그는 6개월 만에 70대 스코어를 기록할 만큼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당시 그가 운영하던 학원은 텔렉스 기술을 가르치는 기술학원이었는데, 주 고객은 직장인들로 야간에 몰렸고, 한가한 낮 시간대에 그가 골프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클럽챔피언이 되려고 골프 회원권을 구하려 했지만 30대였던 그는 제약이 따랐다. 요즘은 문턱이 낮아졌지만, 40세가 넘어야 골프장 회원을 허용하는 곳들이 많던 시절이었다. 나이 제한이 없던 경남 창원골프장 회원이 된 그는 그해부터 챔피언에 도전했고 이후에도 다른 몇몇 골프장의 회원이 되면서 매년 서너 차례 도전했다. 하지만 늘 2, 3위에 머물렀을 뿐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는 이미 1990년대 초반쯤에는 언더파를 치면서 지역에서 알아주는 싱글 핸디캐퍼로 이름을 날렸고, 클럽대항전에서는 창원골프장 대표선수로 활동했다.

그는 이글을 수십 차례 기록했지만 아직 홀인원이 없다. 핀을 맞고 나오기도 하고 홀에 들어갔던 볼이 튕겨 나온 것도 두세 차례가 넘는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베스트 스코어는 1996년 창원골프장 백 티에서 67타를 쳤고 10여 년이 훨씬 지난 2009년 6월 경북 포항 오션 뷰 골프장에서 두 번째로 67타를 기록했다.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기록한 이날은 출발할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라운드를 강행한 1번 홀부터 5번 홀까지 무려 ‘5개 홀 연속 버디’를 작성해 동반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학원에 이어 전문학교를 인수하면서 일이 바빠졌고, 4∼5년 동안 골프를 멀리할 수밖에 없었다. 학원과 전문학교를 직원들에게 모두 넘겨주고 그는 10년 전 지금의 병원을 설립, 운영하는 새로운 길을 걸었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을 도와 오면서 필요하다 싶었던 분야였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의료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이 병원을 만들었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400병상 규모로 처음 출발할 때만 해도 노인전문 종합병원 중에는 부산·경남지역에서는 물론 전국에서도 톱클래스에 꼽힐 정도였다. 현재에도 8개 진료과목과 5개 클리닉센터를 운영하며 지역 사회의 의료 수요를 채워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2009년 문을 연 롯데스카이 힐 김해 회원이 된 그는 다시 클럽챔피언에 도전했다. 두 번째 도전이던 2010년, 60세 나이로 클럽챔피언이 됐다. 60대 중반 나이에도 그는 220m에 육박하는 드라이버 비거리를 자랑하고 있고, 160m짜리 파3 홀에서도 5번 아이언으로 핀에 3m 이내에 붙이는 정교한 아이언 샷을 과시하며 관록을 뽐내고 있다.

김해=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김길화에게 골프란=골프장은 인생을 배워가는 아름다운 공부방과도 같다. 골프를 통해 참고 견디는 인내를, 상대를 칭찬하고 이해하는 배려를, 스스로 역경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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