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준 / 논설위원

최근 영국 의회가 ‘아줌마 정보요원’을 늘려야 한다는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5일 BBC 등 영국 언론기관은 영국 의회 정보위원회가 “정보기관들이 역량을 키우려면 중년 여성들과 엄마들을 더 많이 채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흔히 여성 정보요원 하면 쭉쭉빵빵 본드걸을 연상한다. 그러나 실제 세계에선 평범한 외모를 가진 사람이 적합하다. 미인계와 같은 일부 공작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미모란 기억에 남기 쉬워 비밀공작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첩보전 하면, 요인암살·주요시설 파괴와 같은 007식 액션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그런 특수공작은 전체 활동의 1%도 안 된다.

정보요원의 기본 임무는 정보수집과 정보분석이다. 그리고 휴민트(HUMINT)라 불리는 대인(對人) 정보활동의 기본은 ‘리크루팅’(recruiting·첩보세계에선 ‘포섭’이라 번역)이다. 즉 필요한 사람을 얼마나 많이 그리고 효과적으로 리크루팅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리크루팅은 3가지에 의해 이뤄지는데, 첫째가 이념이고, 둘째가 매수, 셋째가 협박이다. 이 중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이념에 의한 것이다.

그동안 첩보세계는 거친 마초들의 세계였다. 그러나 여성의 광범위한 사회 진출과 더불어, 여성적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올바른 정보분석이 불가능하게 됐다. 남성적인 정서와 세계관, 그리고 비슷한 배경을 지닌 남성 중간 관리자들로만 이뤄진 정보기관은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그리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여성이 남성보다 정보업무에 더 유리하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 분석에 의하면 보통 남성들의 사고방식은 직선적이고 수리적인 반면, 여성들은 다면적이고 인문학적이다. 따라서 여성적 사고방식이 현대 정보사회에 더 적합하다. 특히 아줌마는 ‘타고난 스파이’란 것이다. 아줌마들의 시야는 360도이며, 본능적으로 위장에 능하기 때문이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가상공간이 새로운 주요 첩보활동 공간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아줌마들이 그곳에서 그 누구보다 더 잘 활동할 수 있다.

미래엔 첩보원 하면 권총과 마티니를 들고 있는 남성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중년여성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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