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 시내에서 택시를 타고 묵호등대를 가자면 뭐 별 오르막도 없는 길을 달려 금세 도착한다. 펑퍼짐하게 앉은 등대 앞에서 여유롭게 먼 바다를 내려다보고, 그러나 턱 아래 묵호항을 내려다보면 아찔하다. 이 가파른 비탈에 작고 초라한 집들이 악착같이 붙어 있는데

아, 꽃이다.

급경사의 골목길을 열두어살 남녀 아이들이 부두 쪽에서 종알종알 올라오고 있다. 숨 가쁜 아이들의 얼굴이 발끝을 박느라 지금, 잔뜩, 빨갛게 익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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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 ‘창작과비평’ 2015년 봄호에서

·약력 :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1985년 ‘심상’으로 등단. 시집 ‘홰치는 산’ ‘쉬’ ‘배꼽’ ‘적막 소리’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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