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가 맞지 않는 경우나 주장을 놓고, 창과 방패의 역할을 함께 하는데 비유해 ‘모순(矛盾)’이라고 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고사성어일 정도로 고금을 뛰어넘어 불합리한 일의 대명사다. 이런 모순이 국회에서 버젓이 벌어졌다. 11일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에, 현역 의원인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와 윤상현 청와대 정무특보가 청문위원 자격으로 참석했다. 유 후보는 이틀 전 해수부장관 청문회에서 위장전입, 변호사 겸직 문제 등에 대해 추궁을 받고 ‘송구스럽다’며 머리를 숙였던 장본인이다. 그나마 일말의 민망함은 있었던지 유 후보는 10여 분만에 자리를 떴다. 반면 윤 특보는 첫 질문자로 나섰다.

유 후보가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추궁에 절절 매던 기억이 선명한데, 금방 질의하는 곳에 자리를 바꿔 앉았다. 과거 인기 개그 프로였던 ‘봉숭아학당’을 뺨칠 정도의 정치 코미디로 비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청문위원으로서 제대로 따질 수 없다는 점이다. 자신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낙점을 받았고, 곧 내각에서 함께 일할 사람에게 제대로 검증의 잣대를 들이댈 수 있겠는가. 박 대통령의 ‘참모’가 된 윤 의원 역시 제 역할을 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국회 인사청문회인데, 이제 정부와 청와대 인사가 된 사람이 검증하겠다는 것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다.

많은 전문가는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국회의원이 장관을 겸직하는 것은 3권 분립 취지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겸직을 허용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이 지난해 발효됐지만 위헌 논란이 여전하다. 이런 마당에 총리 및 장관 6명, 특보 3명이 의원을 겸직하게 됐다. 원칙이 무너지면 어디선가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 이번 정치 코미디는 신호탄이다. 정치 불신, 국정 불신도 가중된다. 더 심각한 국정 난맥을 막기 위해 겸직 문제는 신속히 정리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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