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弱冠). 스무 살, 상투를 틀고 갓을 쓸 나이를 의미한다. 즉 어른이 된다는 것이다. 19세의 12월과 20세의 1월은 불과 한 달 차이지만, 아이는 어른 대접을 받기 시작한다. 짊어질 책임감이 커지고, 사회는 매사 결정을 요구한다. 하지만 20대는 어른이 아니라, 어른이 돼가는 과도기일 뿐이다. 그래서 20대는 고민하고 방황하고, 그들의 고민은 시대상을 반영하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스물’(감독 이병헌·사진)과 ‘소셜 포비아’(감독 홍석재) 속 20대를 곱씹어보는 건 꽤 흥미롭다.
12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스물’은 ‘20대 판 놈놈놈’이라 할 만하다. 고교 동창생 3인방이 20대가 되고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시종일관 유쾌하게 그린다. 하지만 그들의 언행이 가볍다고 그들의 고민까지 가벼운 건 아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진로를 정하지 못해 소파에 멍하니 앉아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치호(김우빈), 뚜렷한 꿈이 있으나 가족의 생계를 위해 또 다른 삶을 택해야 하는 동우(이준호), 학벌도 좋고 대기업 입사라는 번듯한 꿈을 향해 달리지만 사랑 앞에 숙맥인 경재(강하늘)는 성향도 고민도 다르지만 ‘친구’와 ‘스물’이라는 수식어 아래 뭉쳤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 관심사는 있다. 취업, 가족, 그리고 섹스다. ‘스물’은 20대의 고민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유머 코드와 버무려 우회적으로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소셜 포비아’는 또 다른 질감의 20대 자화상을 담은 영화다. 영화의 줄거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폐해를 다루고 있지만, 이를 악용하고 그로 인해 황폐해가는 이들은 20대다. 20대 군인의 자살 소식에 악플을 단 여성을 SNS에서 공격하고 직접 찾아 나선 경찰지망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SNS에 빠져 허우적대는 청춘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젊은이가 SNS를 통해 건강한 의견을 개진하기보다는 내부의 응어리를 배설하고 이를 퍼 나르는 과정을 포비아(공포증 혹은 극도의 혐오)로 분류하고 있다.
‘소셜 포비아’를 연출한 홍석재 감독은 “반드시 20대 초·중반 남자를 (주인공으로) 다뤄야 한다고 못 박았다”며 “그들에게 그 세대를 대표할 수 있는 옷을 입혀주고 싶었다. 20대들이 낯설고 어딘가 부족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존재여서가 아니라 치열한 현실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SNS를 도피처로 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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