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봉선 / 고려대 겸임교수·북한학

이병호 신임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16일 열린다. 이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하면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3번째 국정원장이 된다. 이 후보자는 과거의 다른 국정원장들과는 뚜렷이 구별되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평생을 해외 정보와 대북 정보 업무에 헌신해 온 ‘정통 정보맨’ 출신이다. 일선 현장을 떠난 뒤에도 유관 분야에 대한 관심과 연구를 지속하고, 강의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국정원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왔다. 이 때문에 국정원 안팎에서 남다른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정원은 평시 국가 안보에 관한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면서 국가 정보를 책임지는 기관이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임명되는 인사는 정보의 프로가 아닌 대통령 측근이나 정치적인 인사가 임명되곤 했다. 검찰이나 경찰, 외교부 그리고 군의 경우엔 수장(首長)이 모두 내부 인사로 임명되는 것이 상례였다. 반면 국정원은 정치권력의 변동에 따라 많은 시련을 겪었다. 이는 임명권자인 통치자가 외풍에 흔들려 인사를 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국정원이 감사원과 함께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서, 대통령이 측근 인사를 원장에 기용한 뒤 힘을 실어줄 필요성이 현실적으로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조직의 전문성에는 배치(背馳)될 수밖에 없다.

창설 이래 50여 년 간 이 후보자를 포함, 모두 33명의 국정원 수장이 교체됐는데, 재임 기간은 평균 2년도 안 된다. 역대 원장은 군 출신이 16명으로 압도적으로 많고, 법조인이 7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관료 출신이 5명, 외교부 출신이 2명 등이다. 이처럼 대부분 외부에서 발탁되고 국정원 출신 수장은 2명에 불과하다

최근 국정원에서는, 공개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휴민트(HUMINT·인적 정보)나 정보 협력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많이 올렸다. 국정원 사정을 잘 아는 인사들은 이를 인정하고 있다. 평생을 국가 정보업무에 바친 이 후보자는 뒤에서 보이지 않지만 많은 역할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문회를 앞두고 일각에서 나이 많은 사람을 정보기관의 수장으로 앉히는 것은 글로벌 추세와 거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사회 원로의 경륜을 국가 경영에 활용하는 좋은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미국의 정보기관을 통합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인 제임스 클래퍼는 74세다. 리언 패네타 전 국방장관은 73세에 장관에 올랐으며, 6·25와 이라크전 당시 국방장관을 지내며 장기간 전쟁을 진두 지휘한 조지 마셜과 도널드 럼즈펠드도 70대였다. 또 이웃 일본의 야치 쇼타로 국가안전보장국(NSC) 국장은 71세, 스기타 가즈히로 관방 부(副)장관은 74세다. 국가 기관의 원로 수장은 그 밖에도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물론 역동적이고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는 경제·문화와 같은 분야에서는 젊은 인재가 더 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국가 위기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외교·안보 분야는 오랜 공직 생활에서 축적된 경험과 직관이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 현업을 오래 떠나 있었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 후보자는 항상 국정원 옆에 있었다. 그간의 강의와 언론 기고 등을 볼 때 더 객관적으로 업무를 종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 앞에 놓인 과제가 엄중하고 막중하다. 다방면에서 정보 수장의 능력과 자격을 갖춘 신임 이 후보자에게 거는 기대가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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