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반대 뿌리치고 전격 합류
위안화거래소 등 경협 확대
美 “협의없이 결정” 공개 비판
동맹국 가입 저지 전략 ‘타격’
뿌리깊은 맹방관계 이상기류
영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선언으로 미국과의 동맹이란 명분 대신 실리를 택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영국의 이 같은 결정에 미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뿌리 깊은 영·미 동맹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는 중국 주도의 AIIB를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동맹국들에게 AIIB에 가입하지 않을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핵심 동맹국인 영국이 동맹은 동맹이고 실리는 실리라는 입장을 보이며 AIIB 가입선언을 하자 미국은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다른 동맹국들의 AIIB 가입을 막을 명분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12일 정부 홈페이지(http//www.gov.uk)에 발표한 성명에서 “AIIB가 이미 (아시아)지역에서 뚜렷한 지지(significant support)를 얻었다”며 오바마 정부와 확연히 다른 시각을 나타냈다.
AIIB 가입은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지난 2010년 취임 직후부터 경제난 극복을 위해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공을 들여온 것과 맥을 같이한다. 캐머런 총리는 2010년 11월에 이어 2013년 12월 역대 최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양국 간의 투자협정을 맺었고, 지난해에는 영국을 방문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 런던에 위안화 청산결제거래소를 설치하는 것을 포함해 약 140억 파운드 규모의 경제협력을 체결했다. 중국을 영국 경제 회복과 성장의 파트너로 삼기 위해 캐머런 정부는 티베트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선언했을 정도다. 이달 초에는 윌리엄 왕세손이 직접 중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오즈번 장관은 성명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일하고 투자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를 우리(영국)기업들에 제공하는 것이 정부의 장기경제계획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가입을 막고 있지만, 영국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AIIB 가입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윌리엄은 12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정부가 설립단계에서 AIIB에 합류함으로써 운영방식을 정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미국과의 관계다. 익명의 미 정부 고위관리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캐머런 정부가 버락 오바마 미 정부와의 사전 조율 없이 AIIB 가입을 단독으로 결정했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중국에 끊임없이 편의(constant accommodation)를 제공하는 경향을 우려하고 있다”는 말로 지난 수년간 중국에 러브콜을 보낸 영국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기까지 했다.
최근 오바마 정부는 영국 정부가 국방비를 감축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의 기준선인 2% 이하로 줄인 데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영국 재무부 대변인은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 차원에서 최소 한 달간 광범위하게 협의해왔다며 미국의 주장을 반박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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