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호남권 인구 첫 추월… 인구 격차는 점점 벌어지는데 의원수는 25명으로 5명 적어

세종시, 행정수도 위상 부각… 한계있지만 ‘대망론’도 꿈틀


충청권이 정치적 위상 제고로 지역 구도를 재편할 ‘태풍의 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충청권은 역대 선거에서 승패를 가르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면서도 정치권에서 소외되고 홀대받았으나 세종시 출범과 인구 증가 등으로 정치적·행정적 역할과 위상이 대폭 상승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최근 여야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충청권 잠룡(潛龍)들이 주목받으며 ‘충청 대망론’까지 꿈틀대는 등 정치의 신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충청권 정가에 따르면 상대적으로 적은 인구수와 열악한 도세(道勢) 때문에 그동안 충청권은 정치권 실세의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했으나 3김(金) 시대 종료에 따른 수도권과 영호남 패권시대의 정치 구도가 희미해지면서 도전의 기회를 맞았다.

이에 따라 향후 정치권에서 충청이 정치 지형을 바꾸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구 증가에 정치적 지역 구도 재편 조짐, 선거구 증설도 요구 = 충청권의 인구는 지난 2013년 5월 호남권 인구를 처음으로 추월한 뒤 점차 격차가 커지고 있다. 선거 유권자수도 2012년 18대 대선 당시 호남권(412만8591명)보다 적은 410만4716명에 그쳤으나,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는 421만5204명으로 호남권(419만1100명)을 추월했다.

이에 충청권에서는 “‘영호남 시대’가 가고 ‘영충호 시대’를 맞았다”며 부쩍 높아진 위상을 확대해 가고 있다. 그러나 정치 구조의 주요 지표인 국회의원 선거구는 충청권이 25명으로 호남권 30명보다 오히려 5명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충청 정치권은 물론 자치단체에서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게 선거구 조정이 필요하다며 선거구 증설을 이슈화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국회 분원·청와대 제2 집무실 세종시 설치에 ‘충청 대망론’까지 등장 = 정부세종청사 이전으로 행정수도로서 충청권의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지자 총리 출신의 이해찬 의원은 “정부세종청사 공무원들이 국회에 참석하느라 업무 효율성이 크게 저하되고 엄청난 낭비 요인이 되고 있어 세종시에 국회 분원 설치가 필요하다”며 “대통령이 서울에서는 안보·통일·국방 등 외치와 관련된 업무를 보고, 내치와 관련된 업무는 행정업무가 집중된 세종청사에서 볼 수 있도록 청와대 제2 집무실을 설치해야 행정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충청권 위상이 강화되며 이 지역 출신인 이완구 총리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이 잠재적 대선 후보로 주목받고 있다. 이로 인해 충청지역에서는 “이제 한번쯤 영호남이 아닌 충청권에서 대통령이 나올 때가 됐다”며 ‘충청 대망론’이 싹트고 있다.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을 추월한 만큼, 이제는 ‘충청도 대통령’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엄태석(정치행정학) 서원대 교수는“수도권과 영남권이 주도하는 정치 구조에서 인구수와 국회의원수가 상대적으로 훨씬 적고,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도 가시적이 아닌 ‘잠룡’ 수준이어서 호남권을 대체하는 정치력을 갖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엄 교수는 “대전·세종·충남·충북 등 4개 시·도가 서로 협력하며 양보하고 상생 전략을 펼쳐야 지역균형 발전은 물론 충청권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청주 = 고광일 기자 ki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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