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 매력 반감…‘레이몬드’의 재발견은 위안 = 초연보다 40분(인터미션 15분 포함)이 늘어났지만, 주인공 아가사와 로이(강필석·김재범·윤형렬 분)의 존재감,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의 밀도는 낮아졌다. 두 사람의 끈끈한 ‘유대감’을 보여주던 탱고 신을 없앤 게 결정적이다. 게다가 초연 때 무대와 관객을 압도하던 ‘나쁜 남자’ 로이의 카리스마도 이번 공연에선 느낄 수 없다. 로이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 아가사가 만들어낸 ‘허상’임이 극 초반에 이미 드러나 버리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1890∼1976)가 1926년 12월 실제로 11일간 실종됐던 사건을 소재로 하는데, 흥미진진한 스토리뿐 아니라 로이의 매력 때문에 소극장 초연에도 수많은 팬을 거느릴 수 있었다.
아가사와 로이가 주로 연기하는 하이드로 호텔 세트가 무대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는 것도 몰입도를 떨어트린다. 극을 이끌고 가야 하는 주인공이 공연 내내 조연보다 멀찍이 보이는 건 ‘실험적’이라기엔 너무 치명적이었다. 대신, 주변 인물들은 부각 됐다. 아가사의 현재와 과거를 연결시키는 이웃소년 레이몬드(박한근·주종혁·정원영·려욱)를 비롯해 남편 아치벌드, 신문기자 폴, 하녀 베스 등의 캐릭터가 좀 더 입체감을 띤다는 건 위안거리다. 특히, 관객들은 초연 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소년’ 레이몬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아쉬운 연출력…끝없는 실험 정신은 높이 살만 = 창작 뮤지컬이기 때문에 완성도나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변명은 ‘아가사’에는 해당 되지 않는다. 이미 지난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은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소극장에 잘 어울리는 장르를 대극장용으로 바꾸면서 벌어진 연출적인 오류가 크다. ‘아가사’는 ‘미궁속의 티타임’이라는 극 중 아가사의 소설을 형상화하기 위해 찻잔과 책 등 소품도 많이 등장한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하고 관객 집중도를 높일수 있는 작은 무대가 잘 어울린다.
또, 추리극인 만큼 배우들의 감정 처리도 중요하다. 그런데, 역동적이고 화려한 쇼 뮤지컬에서는 두각을 보이는 배우들이 섬세한 표정 연기에 미숙한 것도 완성도를 흔드는 원인이 됐다.
그러나 제작 발표회 현장에서 김수로가 “80석에서 시작해 700석까지 왔다”고 자부한 것처럼, 그 도전과 실험정신은 높이 살 만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대가 컸기에 아쉬움도 컸다. 공연은 5월 10일까지.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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