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공연 변신 뮤지컬 ‘아가사’3배는 커졌다. 지난해 초 동국대 이해랑 예술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후 관객과 평단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뮤지컬 ‘아가사’(사진)가 지난달 11일부터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다. 2011년 공연 프로듀서로 데뷔한 배우 김수로의 8번째 작품이기도 했던 ‘아가사’는 올해 대형 공연으로 변신했다. 300석(이해랑 예술극장)에서 700석(홍익대 아트센터)으로 규모가 커진 만큼 무대 또한 크고 웅장해졌다. 최정원과 이혜경 두 베테랑이 주인공 아가사역으로 합류, 무게감을 더했다. 지난해 화제작 중 하나인 ‘데스트랩’의 김지호 연출이 가세한 것도 공연계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정작 작년보다 재미는 덜하다. 이유가 뭘까.

◇‘로이’ 매력 반감…‘레이몬드’의 재발견은 위안 = 초연보다 40분(인터미션 15분 포함)이 늘어났지만, 주인공 아가사와 로이(강필석·김재범·윤형렬 분)의 존재감, 그리고 두 사람의 관계의 밀도는 낮아졌다. 두 사람의 끈끈한 ‘유대감’을 보여주던 탱고 신을 없앤 게 결정적이다. 게다가 초연 때 무대와 관객을 압도하던 ‘나쁜 남자’ 로이의 카리스마도 이번 공연에선 느낄 수 없다. 로이가 실존 인물이 아니라 아가사가 만들어낸 ‘허상’임이 극 초반에 이미 드러나 버리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추리소설 작가 아가사 크리스티(1890∼1976)가 1926년 12월 실제로 11일간 실종됐던 사건을 소재로 하는데, 흥미진진한 스토리뿐 아니라 로이의 매력 때문에 소극장 초연에도 수많은 팬을 거느릴 수 있었다.

아가사와 로이가 주로 연기하는 하이드로 호텔 세트가 무대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는 것도 몰입도를 떨어트린다. 극을 이끌고 가야 하는 주인공이 공연 내내 조연보다 멀찍이 보이는 건 ‘실험적’이라기엔 너무 치명적이었다. 대신, 주변 인물들은 부각 됐다. 아가사의 현재와 과거를 연결시키는 이웃소년 레이몬드(박한근·주종혁·정원영·려욱)를 비롯해 남편 아치벌드, 신문기자 폴, 하녀 베스 등의 캐릭터가 좀 더 입체감을 띤다는 건 위안거리다. 특히, 관객들은 초연 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소년’ 레이몬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아쉬운 연출력…끝없는 실험 정신은 높이 살만 = 창작 뮤지컬이기 때문에 완성도나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변명은 ‘아가사’에는 해당 되지 않는다. 이미 지난해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인정받은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소극장에 잘 어울리는 장르를 대극장용으로 바꾸면서 벌어진 연출적인 오류가 크다. ‘아가사’는 ‘미궁속의 티타임’이라는 극 중 아가사의 소설을 형상화하기 위해 찻잔과 책 등 소품도 많이 등장한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하고 관객 집중도를 높일수 있는 작은 무대가 잘 어울린다.

또, 추리극인 만큼 배우들의 감정 처리도 중요하다. 그런데, 역동적이고 화려한 쇼 뮤지컬에서는 두각을 보이는 배우들이 섬세한 표정 연기에 미숙한 것도 완성도를 흔드는 원인이 됐다.

그러나 제작 발표회 현장에서 김수로가 “80석에서 시작해 700석까지 왔다”고 자부한 것처럼, 그 도전과 실험정신은 높이 살 만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대가 컸기에 아쉬움도 컸다. 공연은 5월 10일까지.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제공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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