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진수 / 논설위원

지난 10일 경기도 광주의 한 어린이집 앞에서 네 살짜리 이모 군이 자신이 타고 온 통학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민을 충격에 빠트렸던 인천 송도 어린이집 폭행사고에 이어 통학버스 비명횡사 사고까지 일어났으니 부모들의 억장이 무너질 것이다. 이번 사고가 어쩌면 그렇게도 ‘세림이법’을 만드는 계기가 됐던 김세림(당시 세 살) 양 사고 때와 판박이인지 기가 막힌다. 미국·캐나다에서는 어린이가 내리면 차 오른쪽에서 가드바가 앞으로 쑥 나오는 ‘세이프 가드바’를 통학버스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제도만이 능사는 아니다. 통학버스 사고는 제도를 아무리 바꿔도 어른들의 부주의와 ‘대충대충’ 습관이 존재하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가벼운 사고라고 간과하기 쉽지만 닫히는 지하철 문에 물건이나 손을 집어넣는 일명 ‘찌르기’ 습관도 사망 사고로 이어진다. 지난해 9월 서울 동작구 지하철 4호선 이수역에서 80대 할머니가 닫히는 출입문에 지팡이를 끼워 넣었다가 출발하는 열차에 그대로 끌려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빨리빨리’ 문화에 익숙한 한국인들의 찌르기와 차로 끼어들기는 도처에서 안전사고를 부르고 있다. 과학자들은 뇌파를 감지해 교통법규 위반과 난폭 운전을 예방하는 새로운 ‘운전관리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흥분된 상태일 때는 차량 속도를 제어하거나 차분한 음악이 휴대전화에서 흘러나오도록 하는 식이다.

세계 제1의 정시운행을 자랑하는 JR-West(서일본여객철도)는 한때 열차가 역에 도착한 뒤 출발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15초로 제한하고, 초과하면 1초 단위로 보고하도록 했다. 운행시간 50초가 지연된 50대 기관사는 징벌교육을 받은 뒤 자살했다. 속도에 적응하지 못한 숙련된 기관사들이 대거 퇴직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2005년 4월 일본 효고(兵庫)현에서 총 107명이 사망한 대형 JR 탈선사고가 일어났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20대의 사고 기관사뿐 아니라 다른 기관사들도 운행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과속 운행을 하던 구간이었다고 한다. 대형 재난 뒤에는 반드시 잘못된 습관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 생활 곳곳에 퍼진 안전 불감증은 불치병에 가깝다. 나쁜 안전 습관이 형성되는 이유는 뇌가 활동을 절약할 방법을 끊임없이 찾기 때문이다. 뇌는 전체 몸무게의 2%에 불과하지만 포도당 등 에너지 소모율은 17%에 달한다. 찰스 두히그는 저서 ‘습관의 힘’에서 핵심 습관을 조절하라고 제안한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인내력이 향상돼 충동구매까지 막을 수 있다. 반대로 배가 고플 때 쇼핑을 하면 충동구매 위험이 높아진다. JR 열차사고도 세월호 참사도 4월에 발생했다. 이런 시기일수록 삶의 현장에서 나타나기 쉬운 안전상의 실수를 끊임없이 개선하는 습관과 ‘각성(覺醒)의 자세’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에 앞서 사회적 각성, 더 앞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과 시스템의 도입 등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터지는 어이없는 후진국형 사고들은 개인적 노력도, 사회적 노력도 건성으로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불치병이라도 치유를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해야 한다.

jiny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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