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김 한인회장“쿠바에 있지만 한국인임을 잊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늘 기억하고 삽니다.”

10일 오후 쿠바 아바나의 신시가지에 위치한 한인문화회관에서 만난 안토니오 김(72·사진) 쿠바한인후손회장은 비록 서투르게나마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했지만, 그 표정에선 한국인이라는 강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한인3세인 김 회장이 할 수 있는 한국어는 ‘안녕하세요’와 ‘감사합니다’ 정도다. 호세 마르티 문화원에서 한국어를 배워보려고도 했으나 새로운, 게다가 어렵기까지 한 한국어를 학습하기는 어려웠다고 한다. 여느 한국의 할아버지와 같은 모습을 한 김 회장이 유창한 스페인어로 이야기하고, 스페인어를 잘 모르는 기자가 통역을 통해 내용을 알아듣는 상황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금방 그런 느낌은 사라졌다.

쿠바 공군 출신인 김 회장은 40대 중반에 전역해 군용기 수리전문 엔지니어로 일하다 은퇴했다. 어려운 생활 조건 속에서도 한인의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한인후손회를 이끌며 한국문화전파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멕시코지부와 코트라 등의 도움으로 한인문화회관이 문을 열었지만, 아직 제대로 모습이 갖춰지진 않았다. 쿠바에서 어렵게 사는 고령의 한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지원금도 부족한 상황이고, ‘설날 맞이’ 등 한인회 행사도 치를 돈이 없어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정을 듣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인회를 꾸려 나가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 기자에게 김 회장은 당연하다는 듯이 “한국인이니까”라고 답했다.

그는 “할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1905년 어떤 사람이 ‘쿠바에 가면 양복을 입고 살 수 있다’는 이야기로 사람들을 꾀어 쿠바로 데려간 뒤 헤네켄(용설란·당시엔 ‘애니깽’으로 불렸음) 농장에 팔았다고 한다”며 “한인들은 그곳에서 다른 해외 노동자가 그러했듯 심한 고생을 하며 살았지만, 한국의 음식과 문화 등을 자식들에게 계승하기 위해 애썼다”고 회상했다. 현재 쿠바에는 약 1000명의 한인 후손이 거주하고 있다.

김 회장은 “매주 토요일마다 쿠바 학생들 일부가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문화회관을 찾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쿠바에서 불고 있는 한류 바람이 매우 자랑스럽다면서도 “하지만 정작 한인 4, 5세 중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거의 없어 안타깝다”며 “한인들이 한국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연신 건넸다.

아바나 =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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