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배운지 3시간 뒤 라운드… 3퍼트 한 번 없이 98타!김찬모 ㈜부경 대표

김찬모(61·사진) ㈜부경 대표처럼 홀인원 덕을 톡톡히 본 경우도 드물 것 같다. 김 대표는 홀인원을 이글(2회)보다 많은 세 차례나 기록했다. 김 대표가 골프를 배운 것은 41세 때. 당시 1995년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성공하려면 반드시 골프를 하라며 골프를 적극 권장하던 시절이었다. 김 대표는 경남 창원 국가사업단지에서 한화 근무를 거쳐 독립한 사업초년병 시절 삼성을 거래처로 둘 때였다. 주 거래처가 삼성이다 보니 골프로 교유를 많이 했다. 삼성 직원들과 골프장에서 만났지만 자신이 골프 접대를 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삼성 임직원들은 회사 방침이라며 법인카드로 그를 접대했다.

첫 번째 홀인원은 1997년 4월 경남 창원골프장 동코스 3번 홀(파3·155m)에서 5번 아이언으로 기록했다. 들어가자마자 ‘어떡하지?’만 연발했다. 두 번째는 2011년 진해골프장 동코스 2번 홀(파3·150m)에서 기록했다. 들어갔다고 전혀 생각 못 하고 볼을 찾을 수 없어 그린 주변에 놓고 어프로치 샷을 하고 났더니 일행이 깃대를 뽑으면서 그의 볼을 발견했다. 세 번째는 지난해 2월 부산 정산골프장 별우 2번 홀(파3·160m)에서 앞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3번 우드를 잡고 친 볼이 바람에 치솟으면서 그대로 홀 앞에 떨어져 홀로 들어갔다.

그는 첫 홀인원 이후 한 달도 채 안 돼 공장이 생겼다. 사업 시작 후 3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후배가 심혈을 기울여 공장을 만들었는데 갑자기 회사 사정이 여의치 않아 자신에게 헐값에라도 매입해 달라고 부탁했던 것. 때마침 항공기 엔진 부품 공장을 물색하던 그였기에 시간과 경비를 줄일 수 있어 지금의 회사를 만드는 발판이 됐다. 2014년 2월 세 번째 홀인원 후 팔자에 없는 부동산 대박을 쳤다. 경남 마산의 국군병원 이전 계획이 있었는데, 면적이 15만㎡(약 4만6000평)가 넘는 대형 부지였다. 시가로만 300억 원이 넘었던 탓에 계속 유찰되다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알게 돼 여유자금으로 한 번에 도전해 100억 원대 이하로 낙찰을 받았다. 그는 노후에 실버타운이나 요양병원을 짓겠다는 계획으로 부동산을 샀던 것. 채 잔금도 치르기 전에 다른 사업자가 간곡히 매각을 요청하는 바람에 몇 달도 안 돼 차익을 남기고 되팔았다. 모두 홀인원이 가져다준 행운이었다.

그의 골프 입문기는 지금 생각해도 황당했다. 골프를 배운 지 3시간 만에 필드를 나갔다. 자신보다 3년 먼저 배워서 보기 플레이 수준이던 친구들이 그를 다짜고짜 골프연습장에 데려갔다. 처음엔 뒤땅도 쳤고, 어깨에 힘만 잔뜩 들어가 헛스윙을 하는 바람에 몸만 두 바퀴씩 돌아가기도 했다. 친구들은 물론, 옆 사람들도 키득거렸다. 보다 못한 친구가 “하프 스윙만 하라”며 시범을 보였고, 그대로 따라 했더니 간신히 볼을 맞힐 수 있었다. 연습 볼을 3박스나 치자 친구들은 진해골프장에 데려갔다. 처음엔 7번 아이언으로 몇 홀 치다가 이후 드라이버까지 휘둘렀다. 첫날 스코어는 98타였지만 동반자들이 서너 차례 OB 선 밖으로 나간 볼을 주워 주기도 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날 그의 그린 플레이는 압권이었다. 아무리 멀어도 2퍼트로 홀아웃하자 친구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아무래도 처음 라운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던 것.

지금까지 그의 베스트 스코어는 73타다. 2007년 경북 선산 헤븐랜드골프장에서 버디 3개, 보기 4개를 기록했다. 이날 조카인 장동규 KPGA투어 프로와 라운드하면서 프로들과 함께 백 티에서 쳤다. 이날 조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5언더파 이하를 치면 차를 한 대 사주겠다고 약속하자 조카는 7언더파 65타를 쳤다. 그 역시 조카 외에 다른 프로도 있었기에 긴장한 상태로 쳐 베스트를 기록한 것. 골프는 잘 치는 사람과 쳐야 한다는 진리를 체득했다. 그는 이글을 2013년 경남 거제 드비치골프장에서 1주일 사이 두 번 뽑아냈다. 처음엔 아웃 코스 1번 홀, 1주일 뒤엔 인 코스 1번 홀에서 어프로치 샷을 그대로 넣었다. 320m 거리에서 한 번은 6번 아이언으로 쳤고, 한 번은 드라이빙 아이언으로 쳤다.

그의 스윙 폼은 실력에 비해 약간 어설픈 편이다. 골프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직원들과 친선 씨름을 하다가 넘어지면서 오른쪽 대퇴부를 다친 뒤 지금도 오른쪽 허벅지에 철심이 그대로 남아 있다. 당시 의사는 골프를 하지 말라고 엄명을 내렸다. 1년 이상 골프를 끊었던 그는 록히드마틴, 벨 등 미국 항공사 여러 곳을 시찰할 기회가 생겼다. 사고 후 처음 골프채를 잡았더니 오른쪽 다리를 버티지 못해 팔로만 치는 스윙이 됐다. 이후 골프를 다시 시작했지만 몸을 틀지 않고 온전히 상체의 힘만으로 스윙했고 이게 습관이 돼 버렸다.

1975년 공고를 졸업하고 지난달 환갑을 넘은 나이에 대학 졸업장을 따낼 만큼 열성적인 삶을 살아왔다는 그는 항공기 엔진 부품 회사를 국내 국산화 1호 기업으로 키워 왔다.

부산 = 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 골프란 = 가장 좋은 친구다. 골프를 통해 친구를 사귈 수도 있고, 만들 수도 있다. 어울려 보면 성별이나 나이는 관계없다. 가장 다양하고 가장 폭넓은 친구를 제공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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