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아바나의 거리에서 한 청년이 11일 스마트폰을 보며 통화를 하고 있다. 쿠바의 개혁·개방 조치와 더불어 아바나 시내 곳곳에 와이파이 구역이 마련되고 이곳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물건을 사고파는 이들이 많아졌다.
쿠바 아바나의 거리에서 한 청년이 11일 스마트폰을 보며 통화를 하고 있다. 쿠바의 개혁·개방 조치와 더불어 아바나 시내 곳곳에 와이파이 구역이 마련되고 이곳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물건을 사고파는 이들이 많아졌다.
‘쿠바판 이베이’ 레볼리코 인기… 내부 법률상으론 불법 사이트개방 바람속 차단효과도 미미 “삼성 휴대전화도 인터넷 구입”

쿠바 아바나에 위치한 한 클럽에서 지난 12일 만난 40대 쿠바 남성은 기자에게 연신 할리우드 영화와 삼성 스마트폰에 관해 이야기했다. 최신 할리우드 영화에 대해서는 오히려 기자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었으며, 자신이 사용하는 갤럭시 S3를 들어 보이며 “요즘 한국에서는 이것도 구형 모델이라는데 어떤 스마트폰을 많이 쓰느냐”고 물었다. 기자가 쿠바에서 어떻게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스마트폰은 어디서 샀느냐고 묻자 그 남성은 당연하다는 듯이 ‘레볼리코’라고 답했다. 그는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레볼리코는 쿠바판 ‘이베이(인터넷 경매사이트)’인데 안 파는 게 없다”고 말했다.

암거래 시장이 호황을 누리는 쿠바에서 ‘쿠바판 중고나라’에 해당하는 레볼리코(www.revolico.com)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007년 스페인으로 건너간 쿠바 출신 20대 2명이 개설한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볼리코는 개인이 쓰던 중고 물건을 사이트에 올려 사고판다. 쿠바에서는 모든 상거래를 국가에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엄격히 볼 때 레볼리코는 불법 사이트다. 이 때문에 정부가 수시로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등 규제에 나서고 있지만, 번번이 다시 개설해 제재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레볼리코를 통해 물건을 팔려는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자신이 중고품의 판매가격을 정해 사이트에 올리고, 해당 물건과 가격에 흥미를 느낀 사람은 판매자가 올린 이메일 주소로 사겠다는 의사를 밝혀 직거래한다.

컴퓨터, 스마트폰, 자동차 등의 중고품은 물론 집이나 서비스 등도 거래된다. 쿠바에서는 공산품이 귀하기 때문에 치약이나 세제 등도 주요 거래 품목이다. 물론 이 중에서는 훔친 물건이 많다. 어려운 경제 사정에다가 매우 낮은 임금(월 15∼30달러)을 지급하고 있는 쿠바에서는 ‘작은 도둑질’에 대해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훔치게 두어라’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 때문에 국가 직영 슈퍼마켓이나 공장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빼돌린 물건이 레볼리코에서는 많이 거래된다.

올해 들어 쿠바 정부는 개인 간 주택 매매를 허용했다. 이는 국가에서 부동산 거래를 규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레볼리코와 같은 사이트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집을 사고파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원래 쿠바에서 집은 ‘교환’만 가능했다. 하지만 레볼리코를 통해 임대와 매매가 암시장에서 개인적으로 이뤄지자 ‘이럴 거면 차라리 공식적으로 하라’며 정부는 주택 매매 제도를 합법화했다.

심지어 중고품이나 ‘사소한’ 장물이 아니라 정부가 금지하는 품목까지 레볼리코에서 거래돼 당국은 골머리를 썩고 있다. 최근 쿠바 정부는 개인적으로 위성 안테나를 설치해 할리우드 영화나 외국 방송 등을 수신, 녹화해 판매하는 행위를 단속하기 위해 ‘옥상 수색’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옥상으로 급습해 설치된 안테나를 압수한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와 같은 안테나와 수신 기술도 대부분 레볼리코에서 거래된 것들이다. 안테나뿐 아니라 최근 레볼리코에서는 ‘4500CUC(약 4600만 원)만 주면 에콰도르를 통해 미국에 이민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불법 이민 알선 서비스 게시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바나 =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