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기 / 논설위원

‘모든 국민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가진다.’ 헌법 제15조… 짧다, 서운할 만큼.

1948년 제헌 헌법엔 없었다. 1962년 5차 개정 헌법이 제13조로 신설했다. 이후 1972년의 이른바 유신헌법이 ‘모든 국민은 법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받지 아니한다’라고, 좀은 수상쩍게 비틀었다가 1980년 5공 헌법 제14조가 원래의 16개 음절로 되돌렸다.

‘직업 선택의 자유’라는 표현은 줄곧 그대로다. 그 뜻이 좁은 의미의 직업 선택, 그러니까 직업 결정의 자유에 더해 직업 수행의 자유까지 아우른다는 해석도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영어로는 ‘freedom of occupation(직업의 자유)’으로 옮긴… 아니, 줄인다.

그 자유의 지금 배경이 절벽이다. 2월 청년실업률이 근 16년 만의 최고치 11.1%에 이르렀다. 젊은이들이 직업을 선택하고 말고 하긴커녕 영혼을 팔아서라도 무슨 직업이든 가지게 되길 마르고 타는 가슴으로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어제오늘이다. 내일은 혹 달라질까 싶은 젊은이들은 전혀 다른 음색의 ‘직업의 자유’ 메아리를 2월 말에 이미 들었고 3월 말 또 듣게 될 것이다.

지난달 25일의 황교안 법무장관.

황 법무는 현직 검사의 청와대 편법 파견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그날 “검사였다는 신분 때문에 특정 직역 취업이 불가능한 것은 헌법이 정한 직업 선택의 자유에 어긋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한마디로 박근혜 대통령의 2012년 12월 2일자 공약 ‘검사의 법무부 및 외부기관 파견 제한’은 더 우세스러워졌고, ‘검사는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되거나 대통령비서실의 직위를 겸임할 수 없다’는 현행 검찰청법 제44조의2도 그만큼 더 우스워졌다.

오는 31일의 관피아방지법 그 메아리도 이상하다.

공직자윤리법 제17조 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이 더 엄격해진다. 제한 기간이 퇴직 후 2년에서 3년으로 늘어나고, 2급 이상 고위직의 취업 심사 시 업무관련성 판단 기준도 ‘소속부서 업무’에서 ‘소속기관 전체 업무’로 확대된다. 원래 취지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목적이었다. 하지만 일정 범위의 취업 제한으로 입법 방향이 좁혀지면서 직업의 자유 침해라는 상투적 반발의 빌미를 자초했다.

자유도 타락한다. 직업의 자유도 이미 가진 자가 더 가지려 하는, 그렇고 그런 자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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