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측,정부여당안 반대하며 타협기구 기한연장만 요구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가 활동한 지 80여 일이 지났지만 성과물은 ‘제로’에 가깝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윤곽을 잡기 위해 19일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 정부·공무원 단체·여야 정치권 등 각 논의 주체는 “개혁하자”면서도 자기주장만 반복할 뿐 타협을 위한 실질적 논의는 시작도 못하고 있다. 대타협기구가 공전하는 사이 공무원연금 보전금으로 약 8000억 원(하루 100억 원꼴)이 국고에서 지출됐다.
20일 국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자체 제시안에 대한 재정 추계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재정 부담 때문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그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셈이다.
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인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19일 전체회의에서 정부 관계자에게 “재정 추계를 2주 전에 달라고 했다. 준비하고 있는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국회로 떠넘기려는 ‘꼼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공무원단체는 대타협기구의 활동 기한 연장을 주장한다. 그러나 80여 일 동안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지 못한 상황에서 무작정 연장만 요구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강하다. 더구나 공무원 단체들은 정부·여당안에 대해 반대만 할 뿐 아직 어떤 대안도 내놓지 않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여전히 자체 안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인 강기정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안을 제시해달라는 여당의 요구를 받고 “구조개혁 방식의 여당안에 동의할 수 없고 모수개혁 방식, 그게 안”이라는 주장만 고수했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우리 안은 이미 만들어져 있고, 재정절감 효과와 노후불안 해소가 가능한 안”이라며 자체 안이 있음을 시인했지만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 안’의 선(先)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해 일찌감치 공무원연금 개혁을 발의하는 등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설득의 진정성 측면에서 비판에 직면했다.
김성광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무처장은 여당 관계자들에게 “마음을 열고 합의하겠다고 혹은 논의를 진척시키겠다고 진정성 있게 해 봤느냐”고 묻기도 했다. 공무원 단체와 야당에서는 정부·여당이 지나치게 재정적 측면에서만 공무원연금 개혁에 접근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런 난맥상에 대해 대타협기구 내부에서도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노후소득보장개선 분과위의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회의 도중 “우리 사회의 실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 자괴감이 든다”고 한탄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지금 야당이 청와대 3자 회동 이후 공무원 연금개혁에 대해 쏟아내는 말들은 판을 깨고 자꾸 지연시키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야당이 꼼수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저지하려고 하면 4·29 재·보선에서 국민들이 야당을 심판하리라 생각한다”고 야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화종·정철순 기자 hiromat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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