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CEO들 평가는… A는 한명도 없고 F학점도…
선진금융 최우선 과제… 90%가 “규제 완화 · M&A”
관치금융 논란과 낮은 생산성 등으로 국내 금융산업 구조에 대한 혁신적 재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금융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금융산업 수준에 대해 60점 이하라며 사실상 낙제점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된 책임이 금융감독 당국에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 부문 최고경영자(CEO)의 기업가 정신에 대해서도 ‘C 학점’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매겼다.
이 같은 사실은 23일 문화일보가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연구소, 학계, 시민단체 등 금융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 조사(익명 전제)를 실시한 결과에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산업의 수준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한 평가를 내렸다. ‘국내 금융산업의 현 수준을 점수로 매긴다면 몇 점을 주겠느냐(100점 만점)’라는 주관식 문항에서 금융전문가들은 평균 58.7점을 줬다.
국내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뒤처진 이유와 관련해서는 금융당국의 문제점을 가장 먼저 지적했다. 금융전문가 그룹은 ‘한국 금융산업이 뒤떨어진 까닭은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0%(12명)가 ‘금융감독 당국’이라고 답했다. ‘경제관료’가 25%(5명), ‘전문성이 떨어지는 금융사 CEO’가 15%(3명)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가한 모 대학 교수는 “금융 당국이 금융은 규제산업이고 사고가 절대 나서는 안 되는 산업이며 업자들에게 맡겨 놓으면 탐욕으로 일을 그르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따라서 금융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산업으로 생각해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를 쉽게 내려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전문가들은 국내 금융사 수장들에 대해서도 매우 낮은 성적표를 매겼다. ‘국내 금융 CEO들의 기업가 정신에 대해 학점을 매겨 달라’는 문항에 65%(13명)가 ‘C학점’을 부여했다. 이어 ‘B학점’과 ‘D학점’이 15%(3명)씩 차지했고 F학점을 매긴 전문가(5%, 1명)도 있었다. ‘A학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처럼 제조업 등 다른 분야와 달리 금융 CEO들의 혁신성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50%(10명)가 ‘금융감독 당국의 과도한 규제’를 꼽았다. 40%(8명)는 ‘낙하산 인사로 독립적 업무 추진 한계’를 꼽았으며 ‘전문지식 부족’과 ‘강성 노조 등 내부적 반발’이라고 답한 전문가도 5%(1명)씩 차지했다.
‘국내 금융 인력들이 회사에서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상명하복의 조직 문화’가 65%(13명)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학연·지연 등 인맥문화’(20%, 4명), ‘과도한 업무’(10%, 2명), ‘자기계발 기회 부족’(5%, 1명)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 금융산업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최우선 과제에 대해서는 ‘시장 진입, 취급 상품 제한과 같은 규제의 완화’가 75%(15명)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는 ‘금융사 간 인수·합병(M&A) 활성화를 통한 규모 확대’(15%, 3명)의 필요성을 지목한 답이 많았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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