弔辭 -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회장님의 고고한 학과 같이 단아하시고 항시 흐트러짐 없으신 모습을 다시 뵈올 수 없고, 이제 그 인자하신 말씀을 다시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큰 슬픔이 밀려와 눈물을 금할 수 없습니다.

제 인생에서 회장님과의 50여 년 귀한 인연은 기업인으로서도 개인으로서도 큰 행운이었습니다. 기업인이 지녀야 할 사회적 책임과 한 사람의 기업인으로서 다른 사람을 가슴으로 품어야 하는 까닭, 나아가서는 사회 활동의 바람직한 방향까지 깨우쳐 주셨습니다.

경영인으로서 그리고 공복으로서 사회에 봉사하실 때의 회장님께서는 남달리 지혜롭고 명쾌한 해법을 제시하셨습니다. 그 근간에는 모든 일을 공정하게 대승적으로, 그리고 더욱 중요하게는, 우리 사회의 먼 앞날을 내다보시는 혜안으로 결정을 내리셨습니다. 후학들에게 주신 것은 지혜의 경지를 넘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경영과 경제는 사익만이 아니라 공익의 것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나와 나의 세대가 아니라 너와 다음 세대의 것으로, 공유되어야 하고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지혜와 행동으로 깨우쳐 주셨습니다.

한국능률협회를 꾸리신 21년간은 우리 많은 경영인에게는 평생 모시고 싶은 교장 선생님이셨습니다. 복수의 장관직을 역임하시면서 특히 1950년대 후반 부흥부를 맡으셨을 때 입안한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은 사실상 20세기 후반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토대와 시발점으로, 이후 벨기에 룩셈부르크와 EC 주재 대사 활동은 우리나라 국제금융외교의 실질적 효시로 기록될 것입니다.

한국경제인연합회의 부회장과 자문, PBEC(Pacific Basin Economic Council)의 초대 위원장, 한국경제연구원장, 국제로타리클럽의 이사 등, 회장님께서 역임하신 내외의 주요 민간 직함만으로도 감히 그 업적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회장님 직함의 진정한 의미는 그 직함의 고하보다는 연속성에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공들인 경험을 숙성시킨 진지한 전수는 내리사랑이었습니다.

가정을 이루어나가시는 개인적인 면모에서조차도 회장님께서는 우리들의 큰 스승이셨습니다. 사모님과의 가장 모범적인 부부애, 슬하 1남 4녀, 사위와 며느리들까지 다복한 자손들이 이루는 집안의 일상은 사랑과 효성으로 가득 찬 아름다운 장면이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따뜻한 스승이며 거목이셨던 회장님께서는 떠나셨지만 남기신 발자취를 따라 많은 훌륭한 인재가 배출되기를 바랍니다. 회장님의 영면을 기원하면서, 다음 세상에서 다시 뵙고 그 인자하신 말씀을 다시 들을 수 있는 행운이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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