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처음 본 건 1970년대 초 중학교 때였다. 서울 중구 충무로4가 대한극장 건너편 골목 초입에 있는 아테네 극장에서였다. 지금은 바뀐 이름인 극동극장 간판과 매표구만 휑하니 남아 있을 뿐 극장 문은 굳게 닫혀 있다. 당시 재개봉관이었던 이 극장은 속칭 ‘학생극장’이어서 중고등학생들에게 대인기였다. 그때 그 영화를 보면서 설렜던 감정이 이후에도 이따금 되살아나 실화의 배경이며 촬영 장소이기도 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가족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번 3월은 사운드 오브 뮤직이 개봉된 지 50주년 되는 달이다. 실존 인물인 마리아 아우구스타 폰 트랍(1905∼1987) 회고록을 토대로 제작된 이 영화는 1965년 3월 미국 뉴욕에서 처음 개봉됐다. 최우수 영화상과 감독상 등 5개 부문의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다. 로버트 와이즈 감독에 리처드 로저스가 작곡을,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가 대본·작사를 맡았다.
요즘 미국과 오스트리아 등 전 세계가 이 영화 기념행사로 떠들썩하다고 한다. 제작사 20세기폭스는 50주년 DVD 기념판을 내놓았다. 4월엔 미국 500여 개 극장에서 일제히 재개봉된다. 9월부터는 동명(同名)의 무대 뮤지컬이 미국 전역에서 순회 공연된다. 잘츠부르크 인형극 극장은 폰 트랍 가족의 모습이 담긴 전시회를 진행 중이다. 영화 속 미라벨 정원과 논베르크 수녀원 등을 관광하는 상품도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일부 극단을 중심으로 뮤지컬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앞다퉈 출연진 근황을 전하고 있다. 가정교사 마리아역의 줄리 앤드루스(79)는 18년 전 성대 수술을 받아 제 목소리를 잃었다. 해군 대령 출신의 엄한 아버지 조지 폰 트랍 역 크리스토퍼 플러머는 85세인데도 현역 배우다. 자녀 7명 중 장녀 리즐 역의 차미언 카(72)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Sixteen going on Seventeen’을 부르며 17세 역을 열연했지만 실제 나이는 21세였다. 폰 트랍의 약혼녀 역 엘리너 파커는 2년 전 91세로 세상을 떴다.
이 영화에서 절망적 상황에 놓인 마리아가 이런 명대사를 던진다. “주께서는 한쪽 문을 닫을 땐 다른 창문을 반드시 열어 놓습니다.” 이 말이 일자리가 없는 100만 청년에게 ‘희망의 전언(傳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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