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형평성 논란… 제도보완 먼저” 대한변호사협회가 대법관 출신의 변호사 개업을 막는 ‘전관예우 근절’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다른 고위 법관·검찰 출신들과의 형평성 논란에 휩싸일 수 있는 데다 법적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선언적 의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변협이 주장하고 있는 대법관의 변호사 개업 신청 철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법관 후보자의 변호사 개업 포기 서약서를 받는 방안 등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폭넓은 여론 수렴을 통한 법조계의 공감대 확산과 법적·제도적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행 변호사법상 등록을 마친 변호사가 개업 신고를 할 경우 이를 거부하거나 철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변호사 등록은 심사를 통해 결정하는 ‘허가제’이지만 개업 신고는 ‘신고제’로 정해져 있다. 변협은 이날 오전 상임이사회를 열고 최근 개업 신고를 철회할 것을 권고한 차한성 전 대법관의 개업 신고 수리 여부를 논의했다. 하지만 법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개업 신청서를 1회 반려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1회 반려한 뒤 다시 개업 신청을 한다면 사실상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서약서를 받는 방안도 강제력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하창우 변협 회장은 “국회의장에게 협조 요청을 하는 공문을 보내겠다”고 했지만 “후보자들이 이 서약서에 날인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으며 법적으로 강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전관예우 근절이라는 취지를 제대로 살리면서도 위법 논란을 피하기 위해선 법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관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면 다른 고위 법관·검찰 출신 인사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평등권 침해를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을 법적·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문제제기를 계기로 변호사법 등을 개정해 전과예우 근절 방안을 국회가 법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하 기자 kd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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