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9일 거행되는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국장(國葬)에 참석한다. 대한민국 현직 대통령이 해외 지도자 조문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0년 6월 8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당시 일본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부친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63년 11월 24일 존 F 케네디 당시 미국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했지만,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자격이었다.

오부치 전 총리나 케네디 전 대통령 모두 재임 중 갑작스럽게 서거했던 만큼 이번 박 대통령의 리 전 총리 조문은 전직 해외 정상급 지도자에 대한 한국 대통령의 첫 번째 조문 사례로 남게 됐다. ‘조문 외교’라는 말이 보여주듯 조문은 의전(프로토콜)을 중요시하는 국제 외교무대에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최상급 수단 중 하나다. 더욱이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의 핵심국인 싱가포르의 전략적 중요성, ‘마음을 얻는 외교(신뢰외교)’를 강조해 온 박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고려하면 리 전 총리 조문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대목은 분명 있다. 청와대와 외교부가 제대로 된 기준으로 일관성과 원칙이 있는 조문 외교를 펼치고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다.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제2의 중동 붐’이나 아세안을 상대로 한 신뢰외교 모두 중요한데도 고무줄 기준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월 25일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장례식 때 박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정부는 당시 현직 대통령이 직접 조문한 사례가 거의 없다는 점을 들었다. 이번 조문을 놓고 “선대부터 이어져 온 개인적 인연에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사우디에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단장으로 파견됐다. 인도를 방문 중이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급히 사우디로 향했고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찰스 왕세자,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도 앞다퉈 조문에 나섰던 것과 대비된다. 국익을 위한 외교의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오남석 정치부 기자 greentea@munhwa.com
오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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