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50년, 7권의 시집. 과작(寡作)이다. 천양희(73·사진) 시인은 “시를 쓸 때는 자기가 표현하려는 대상에 가장 잘 들어맞는 적절한 한 가지 단어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쉽게 쓰지 못했다. 꼭 그것이어야 하는 ‘한 단어’를 찾는 일은 고통이었다.
산문집 ‘작가수업 천양희:첫 물음’(다산책방)은 시인의 자기 고백이자 예비시인들을 위한 시 창작 강의다. 시 쓰는 이유, 시 읽는 마음, 좋은 시의 특징, 시인이 거쳐야 할 정신 단계 등 ‘영업’ 비밀을 털어놓는다. 그는 소월시문학상·현대문학상·대한민국문화예술상·만해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수상했고, 벌써 “시의 나이 지천명”이 됐다. 하지만 시 쓰는 일이 결코 즐겁지만 않다고 말한다. 스스로에게 “시가 밥을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시가 나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도 아닌데 무엇이 왜 나를 이 고통스럽고도 피 말리는 일에 등을 떠미는 것일까”라고 묻는다.
그가 그럼에도 시를 쓰는 이유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주저 없이 잘 살기 위해서 시를 쓰고, 시만큼 자신을 살려주는 것은 없다고 고백한다. 운명의 고비에 처했을 때, 그때마다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준 것도 시였다. 그는 “한 가지 일에 평생을 바친다는 것은 운명을 거는 것과 같다”면서 “내 삶에서 시는 단독정부의 수반처럼 무서운 권력을 쥐고 있다”고 했다.
시인은 이 운명을 허투루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의 시 쓰기 과정은 비장감마저 돈다. “일 킬로그램의 꿀을 찾기 위해 오백육십만 송이의 꽃을 찾아가는 벌 같이, 성충이 되려고 천 일을 물속에서 견디며 스물다섯 번 허물을 벗는 하루살이 같이, 얼음 구멍을 찾는 돌고래 같이, 하루에 칠십만 번씩 철썩이는 파도 같이 제 스스로를 부르며 울어야 한다.”
“시인에게는 나이가 있지만 훌륭한 작품에는 나이가 없다”는 그는 여전히 시 쓰기의 고통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는다. 최근 백내장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안 좋아졌지만 내년 새 시집 출간을 목표로 한 단어씩 나아가고 있다. 시인은 “그것(시)이 아니면 내가 살아있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최근 발행된 계간지 ‘문학의 오늘’ 봄호에는 시인이 쓴 시 ‘50년’이 실렸다. “오늘은 나의 50번째 생일이다//이제는/살려고 하기에도/충분한 시간이다”(‘50년’ 중에서).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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