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공공 서비스 분야는 경쟁 체제가 성립되기 어려워 방만 경영과 비효율이 커지기 쉽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지난해에 일차적으로 방만 경영 문제를 해소하고 올해에는 중복 기능 조정과 생산성 향상을 내용으로 하는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공공기관 정상화의 핵심은 민간 부문과 중복되는 업무는 민간에 넘기고, 공공성이 높은 업무에 집중하되 군살을 빼고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그러한 방향으로 기능 조정을 해오고 있다. 민간과 중복되는 감정평가 업무는 민간에 모두 이양하고 부동산 시장 관리와 공시지가 조사를 비롯한 공적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그것이다. 공시지가는 각종 세금이나 보험료 부과의 기준으로 활용돼 국민의 실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공성이 강한 제도다.
1980년대 말 부동산 투기 광풍이 휘몰아치던 때 공정 과세와 부동산 투기 방지를 위해 공시지가 제도가 도입됐다. 그 당시 지방 군(郡)지역의 토지과표 현실화율은 50~60% 수준이었지만, 대도시권과 개발예정지는 20~30%에 불과해 땅 부자가 세금을 덜 내는 상황이 벌어졌다. 제도 도입 당시에는 지금처럼 시장가격에 정통한 공인중개사 제도도 없었고, 참고할 만한 부동산 시장가격 정보도 거의 없어 불가피하게 복수의 감정평가사가 공시지가를 조사하도록 제도가 설계됐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8만여 공인중개사 사무소와 10여 개의 부동산 정보 포털 등으로 누구나 쉽게 시장가격 정보를 접할 수 있게 됐고, 2006년에 도입된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제도에 따라 매년 250만 건 수준의 실거래가 정보가 축적되고 적용 가능한 정보기술(IT)도 크게 발전해 학계와 예산 당국 등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기존 고비용 저효율의 공시지가 조사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을 해왔다. 더욱이 2012년까지 공시지가 현실화율은 58%에 불과하고 지역간 격차율은 24%로 확대돼 제도 도입의 취지가 무색한 상태로까지 나빠져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장기적으로 실거래가 기반의 부동산 공시제(公示制)를 도입키로 하고, 1단계로 2008년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대로 축적된 부동산 가격정보와 부동산 시장 관리 전문 기관을 활용해 공시지가 상시 조사·관리 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공시지가 조사는 축적된 실거래가와 시장가격 등을 기초로 전국적인 지사망을 갖춘 한국감정원의 상시 감시 체계를 가동해 연중 상시로 변동 요인을 파악하고, 데이터베이스와 IT를 활용해 적정 가격을 산정, 공시하는 것인데, 이 방안대로 할 경우 정부 예산은 약 40% 이상 절감되고 정확도는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평과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공시지가 제도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국가적 현안이다. 때마침 공공기관의 기능 조정과 맞물려 진행되는 공시지가 제도 개선에 반대하는 감정평가업계의 논리는 군색하다. 국민을 위한 제도 개선을 공공기관 일감 몰아주기로 매도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능 조정을 통해 공공기관을 효율화하고 민간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개혁에는 저항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국가 예산을 절감하고 국민 재산권을 보호하는 데 반대는 있을 수 없다. 공시지가 제도 개선에 동참해야 하는 감정평가 업계도 전문 자격의 기초인 공정한 평가와 전문성 강화를 토대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전문 분야 시장 확대에 온 힘을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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