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김포공항습지매립반대·골프장사업백지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김포공항습지 보전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 위 작은 사진은 한국공항공사가 서울 강서구 오곡동과 경기 부천시 고강동 일대에 오는 2017년 개장을 목표로 추진 중인 골프장 예정 부지.  연합뉴스·김낙중 기자 sanjoong@
지난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김포공항습지매립반대·골프장사업백지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김포공항습지 보전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 위 작은 사진은 한국공항공사가 서울 강서구 오곡동과 경기 부천시 고강동 일대에 오는 2017년 개장을 목표로 추진 중인 골프장 예정 부지. 연합뉴스·김낙중 기자 sanjoong@
2부. 2015 갈등 현장을 가다 - (25) 김포공항골프장 조성 갈등김포공항 활주로와 불과 1㎞ 거리에 위치한 서울 강서구 오곡동 하오쇠교는 경기와 서울을 잇는 다리다. 부천 방향 하오쇠교를 기준으로 오른쪽은 서울 강서구, 왼쪽은 경기 부천시다. 부천 방향 하오쇠교를 건넌 직후 조그마한 샛길로 들어가면 물이 흐르는 소하천 주변으로 거대 습지가 나온다.

경기 부천시 오정구 고강동에 위치한 이 습지는 발이 잠길 듯한 질퍽한 땅 위에 억새와 갈대가 뒤엉켜 자라고 있다. 지난 23일 찾은 이곳에서는 비행기들이 이착륙하며 거대한 굉음을 뿜어냈고, 착륙하는 비행기는 마치 하오쇠교를 건너는 차들과 부딪칠 것처럼 고도를 낮춘 채 활주로로 내려갔다.


사람 키만 한 억새와 다양한 새들이 비행기 소음과 공존하는 이곳은 김포공항골프장 건립 계획으로 인한 갈등이 10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도심 속 습지다. 환경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며 골프장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공항공사(이하 공사)는 항공기 안전 확보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골프장 조성이 필요하다며 강행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항공기 안전이냐 환경이냐 = 공사는 서울 강서구 오곡동과 경기 부천시 고강동에 걸친 99만8126㎡ 지역에 27홀 규모의 대중골프장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004년 국토교통부 차관 주재 관계기관 합동회의를 통해 골프장 개발이 결정됐고, 2010년과 2011년 서울시청·경기도청 및 국토부의 심의를 통과했다. 2014년에는 귀뚜라미랜드, 롯데건설 등 8개사가 참여하는 컨소시엄 ‘인(In)서울27골프클럽’이 만들어져 1230억 원을 투자해 오는 2017년 개장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사 측은 김포공항골프장 건설이 항공기 안전운항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사는 활주로 주변 습지 대부분이 관목이나 풀들로 구성돼 조류 서식이 늘어나 항공기 운항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공사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 김포공항에서는 조류충돌이 모두 91차례 발생했다. 공항 관계자는 “일본 나리타(成田) 국제공항과 미국 댈러스 공항 주변에도 안전문제로 인해 각각 18홀, 72홀 규모의 골프장이 조성돼 있다”며 “안전문제 외에 가속화하고 있는 공항 주변 환경훼손을 막고 이 지역의 상습침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골프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2012년 ‘김포공항습지매립반대·골프장 사업 백지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결성, 이 지역 습지가 법정 보호 생물 30여 종이 서식하는 데다, 서울로 들어오는 중국발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골프장 건립 계획을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대위에서 활동 중인 김기현 부천YMCA 사무총장은 “시민조사단 조사 결과 큰기러기, 황새, 황조롱이 등 법정 보호종 32종이 김포공항 습지에 서식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공사 측에서 주장하는 조류충돌과 관련해서도 강서구 지역의 경우 비행기가 착륙한 후 정지 상태에 있는 구간인데 조류충돌 위험이 있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포공항습지 보전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강원 한국사회갈등연구센터 소장은 “일반적인 골프장 조성 갈등의 경우 환경문제와 개발 프레임의 대립이지만 김포공항골프장의 경우 항공기 안전문제가 결부돼 한층 복잡한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환경영향평가 이후 갈등 증폭 가능성 = 현재 김포공항 골프장에 대해 서울지방항공청 주관으로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이다. 공사 측은 환경영향평가 결과에 따라 행정 인허가 및 실시계획 인가를 받아 올해 하반기 착공에 들어가면 계획대로 2017년 하반기 준공 및 개장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공대위 측은 환경영향평가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한편, 결과에 따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어서 올 하반기 평가 결과 발표 후에도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세걸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지난 1월 공사가 주민들에게 공람한 환경영향평가 초안은 습지로서의 가치와 잠재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으며, 야생조류 중 법정 보호종의 수도 8종에 불과했다”며 환경영향평가 초안의 부실함을 주장했다. 이 사무처장은 또 “환경영향평가 초안뿐만 아니라 2005년 진행된 사전환경성 검토도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는 “사전환경성 검토는 서울시청, 환경부 등 관련 기관 의견조회 및 협의를 거쳐 적법한 절차로 진행됐다”며 “환경영향평가 역시 학계 및 업체 전문가가 참여해 진행하고 있는 만큼 평가 결과에 따라 보호종에 대한 대책 등을 수립해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갈등 장기화로 둘로 나뉜 주민들 =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골프장 건설 찬성과 반대를 두고 주민들도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골프장 건설이 지역경제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생태공원 형태의 개발을 주장하고 있다. 강서구 방화동 주민 변광영(45) 씨는 “대중골프장이라고 하더라도 서민들과는 거리가 멀고 골퍼들도 골프장 안에서 식사 등 모든 걸 해결할 뿐 주변에서 소비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남 창녕 우포늪과 같은 친환경 생태학습장 및 공원 형태로 개발된다면 더 많은 이들이 찾아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주민 박재선(43) 씨는 “골프장 예정지 인근이 농경지라 골프장에서 나오는 농약이 분명히 농작물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환경문제를 우려했다.

반면 찬성하는 주민들은 환경단체의 개입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지역개발을 위해 골프장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서구 공항동 주민 심재봉(74) 씨는 “이 지역에는 공공토지가 없어서 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환경이나 시설이 없는데 이번 개발로 체육공원 등이 만들어지면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 윤택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인석(72) 전 공항동 자치위원장은 “이번 문제와 관련해 지역 주민이 아닌 낯선 환경단체 사람들이 나서 지역 발전을 방해하는 모습에 어이가 없다”며 “김포공항 일대와 마곡지구를 관광지구로 개발시켜 관광특구를 만드는 것이 우리 지역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대종 기자 bigpape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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