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4일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후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4일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후 기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오바마-가니 정상회담… 연말까지 9800명 잔류키로IS 확산 우려 … 현수준 유지, 2016년 철군 계획은 불변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이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극단 이슬람 조직의 텃밭이 될 것을 우려, 현지 주둔 중인 미군 철군 속도를 늦추기로 결정했다.

24일 뉴욕타임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방미 중인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과 이날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가니 대통령이 미군 철군 일정에 유연성을 발휘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를 받아들여 “아프간 주둔 중인 미군 9800명을 올해 연말까지 잔류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군은 지난해 말 13년간의 아프간전 종전을 선언했으며 현지에 주둔 중인 아프간 안정화 지원군 9800명도 올 연말까지 5500명으로 줄인 뒤 내년 말까지 완전히 철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날 발표로 아프간 주둔 미군은 당분간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게 됐으며 내년 잔류 규모 역시 아프간의 안보 상황에 따라 올해 하반기 중에 결정될 것이라고 오바마 대통령은 밝혔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은 2016년 말까지 아프간 내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은 아프간의 불안정한 안보상황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아프간은 여전히 매우 위험한 곳으로 아프간군 단독으로 현지의 치안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며 미군이 이 지역에 수개월 더 잔류하며 아프간군을 지원하는 것은 “가치 있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동안 공화당은 미군이 철군하면 IS가 발호해 아프간이 제2의 이라크가 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이날 맥 손베리(공화·텍사스) 하원 군사위원장은 이라크의 경우 오바마 정부가 지나치게 빨리 발을 빼 문제가 된 사례라고 지적하면서도 아프간에서 철군을 늦춘 것은 “적절한” 결정이라고 환영의사를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가니 대통령은 미국의 결정에 감사를 표하며 “미군 철군이 늦춰지는 동안 아프간 치안군 개혁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약속했다. 가니 대통령은 25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을 한 다음 26일에는 뉴욕에 위치한 유엔 본부에서 세계 지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한편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올해 폐쇄하려던 아프간 남부의 칸다하르 공군기지와 동부의 잘랄라바드 공군기지도 연말까지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하루 전인 23일 미국과 아프간 지도부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 아프간이 치안군을 유지할 수 있도록 미국이 2017년까지 자금을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인지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